석채화 희수전 갖는 일당스님

입력 1998-11-20 14:08:00

"평생 작업해온 석채화(石彩畵)를 이쯤에서 한번 정리해보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가지려 합니다"산문(山門)의 원로화가 일당스님(속명 김태신, 직지사 중암)이 참 오랜만에 전시회를 가진다. 77세의 세속나이가 스님에겐 뭐 그리 대수랴만 20여년 의동생으로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는 김태수씨(맥향화랑 대표)가 우겨서 희수(喜壽)전을 갖게된것.

개화기말 대표적인 신여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엽스님의 아들로 남다른 인생행로를 걸어온 일당스님. 10여년만에 대구에서 갖는 이번 전시회(12월1~10일, 맥향화랑)에서 불교적인 주제와 함께 설악, 주왕 등 국내 명산의 사계를 특유의 석채화로 빚어내 보인다.이당 김은호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고, 동경제국미술학교를 나온 스님은 아버지의 나라 일본대신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조국으로 선택, 지난 70년대부터 한국을 오가며 이 땅의 산하를 화폭에담기 시작했고, 이번 전시회에선 그중 90년대 작품을 주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의 자연은 왠지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해요" 모정에 대한 그리움은 세월따라 사그라지지않는듯 스님의 표정이 어린애처럼 애잔해 보인다. 풍경·정물작품들과 함께 지난 74년 제작한,아기를 한팔에 안고 젖을 먹이는 '모자관음보살'도 이번에 전시할 계획이다.

지난 70년대에 석채화를 국내에 소개, 한국화 채색화의 영역을 넓혔던 일당스님은 석채화를 왜색으로 폄하하는 일부사람들의 견해를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고구려벽화나 백제·신라의 후불탱화 등에서 석채화를 볼 수 있습니다. 수준이 아주 높아요.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서 꽃을 피운 셈이지요"

일당스님의 작품은 첩첩 산들과 골짜기를 흐르는 물, 하늘 등 대자연의 풍광을 단순하면서도 웅장미가 넘치도록 묘사하며, 특히 청록색과 홍색, 황색 등 강렬한 색채를 세련되게 구사, 채색화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심일념(一心一念)으로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바로 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가을의 베를린시장 초대전과 헝가리미술관초대전 등의 준비로 여든 가까운 나이에도 붓 놓을 겨를이 없다는 스님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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