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창씨의 딱한 사연

입력 1998-11-20 14:36:00

11월 19일 오후5시. 집에 다녀오겠다며 차비를 빌려 나간 최준창씨(34)는 아들(3)의 손을 이끌고병실로 돌아왔다. 한달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아내의 병실. 아들만 보면 눈물을 흘리는 아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이번에는 최씨가 먼저 눈물자국을 훔쳐냈다. 병상 옆 바닥에 담요를 깔고, 최씨네 세가족은 앞으로 더도 말고 나흘밤만 같이 보낼 것이다.

"월요일 아침에 고아원에서 아들을 데리러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한번 맡기고나면 면회도할 수가 없답니다" 아내가 듣지 못하는 먼 복도 끝에서 최씨는 참았던 울음을 결국 터뜨리고 말았다. 아내는 아직 모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씨는 12년간 일해온 중국음식점에서 해고됐다. 그후 새벽인력시장을 매일 돌았지만 빈 손으로 돌아온 날이 더 많았다. 아내가 쓰러진 뒤로는 병원비는 커녕 아들 밥값도 벌 수가없었다.

조금씩 얻어 쓴 빚에다 밀린 병원비만 수백만원. 담당의사의 소견으로는 아내가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질 가능성이 큰데다 대소변 처리부터 밥시중까지 도맡을 사람이 필요한 터여서 최씨는 일자리를 얻을 생각을 아예 포기한 상태다.

"어제 저녁에 라면을 끓여먹은 뒤로 아들녀석에게 여태 아무것도 못 먹였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식까지 굶겨죽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씨의 말은 자꾸 끊겼다. 어린 자식을 고아원에 보내기로 한 이 아버지는 체면도 잊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다음달이면 비워줘야하는 월세방, 입원도 쉽지 않았지만 퇴원할 걱정이 더 막막한 병원문제,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아내…. "얼굴 모르는 친척이라도 있다면 달려가 매달리고 싶습니다.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최씨는 그다지 많이 남지 않은 시간을 위해서, 아내와아들이 기다리는 병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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