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지역 16명 관광...3명이 실향민

입력 1998-11-18 15:13:00

"비록 보고 싶은 가족들을 상봉하지 못하지만 반세기만에 북녘땅을 밟는다는 설렘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18일 첫 출항하는 금강산 관광에 나선 실향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지역 3개 여행사를통해 '현대금강호'에 탑승하는 인원은 모두 16명. 이중 3명이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 경남합천군 가야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승용씨(72)는 "금강산을 두눈으로 보게 된다니 감개무량하다"며 "북녘땅에 서서 고향쪽을 바라보며 부모.형제들에게 용서를 비는 절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주군이 고향인 김석함씨(74.성주군 수륜면)도 "금강산을 직접 본다는 기쁨도 크지만반세기만에 휴전선을 넘어 북한땅을 찾아간다는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며 "금강산 관광 성사를계기로 남북한간에 서신왕래라도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경성군이고향인 최종호씨(78)도 "50여년만에 북한땅을 밟는다니 기쁘기 한량없다"며 "금강산 관광선이 통일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동안 금강산을 다녀온 대구지역 3개 여행사 대표들은한결같이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선내 일류호텔 수준

◆장규석 경상관광 대표=금강산 가는 길이 통일로 가는 길로 이어졌으면 하는 염원을 안고 여정에 올랐다. '현대금강호'는 일류 호텔시설을 방불케 해 선내에서 숙식은 물론 각종 스포츠와 공연, 연주회까지 즐길 수 있었다. 쇼핑 및 의료시설까지 갖춰 쾌적하고 안전한 항해를 보장받으면서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버스로 신계사까지 이동하여 이후 도보로 삼록수에 도착했다. 인삼과 녹용이 녹아 흐르는 물이란설명을 듣고 목을 축인 뒤 어두컴컴한 금강문을 빠져 나가니 금강산 최고의 비경 옥류동이 별천지처럼 펼쳐졌다. 앞으로는 맑고 정결한 옥녀봉, 뒤로는 산세가 늠름한 천하대, 그리고 억겁의 세월을 안고 반석위로 맑게 흐르는 물은 연신 옥구슬을 쏟아놓은듯 흘러갔다. 해금강 코스와 만물상 코스를 밟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北 휴게소시설 없어

◆김우일 경북관광 대표=금강산 입구에 있는 신계사터는 현재 복원되지 않아 관광객들의 관심을끌지 못했다. 온정리 소재 금강산 관광호텔 및 금강산 입구에 있는 유일한 시설인 목란관은 영업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온정리 입구엔 현대에서 대형 쇼핑센터를 건립하고 있었다. 목란관 주차장에서 구룡폭포까지 편도 약 4km에는 휴게소 시설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도로 곳곳마다 휴게소가 있는 우리와 대조를 이뤘으며 중간중간에 남여 각 1명의 산길 안내원이 근무했다. 현대에서설치한 간이 화장실과 원래 설치된 화장실이 있어 불편이 없었다.

옥류동을 비롯한 많은 출렁다리들은 잘 정비돼 있었고 목란관 입구에 설치된 매점엔 지팡이, 바구니 등 토산품을 팔고 있었다. 관광코스를 따라 설치된 철책안 산등성이와 도로에 비무장 정복을 한 군인들이 부동자세로 근무하고 있었다.

피곤함 잊은 황홀경

◆김영길 대백관광 대표=50년간 사진이나 그림으로 밖에 볼 수 없었던 꿈에 그리던 금강산의 웅장함과 기묘함에 넋을 잃었다. 분단의 상처와 갈등 속에서 멀어졌던 금강산 굽이굽이를 돌며 그진면목을 직접 봤다는 것이 꿈만 같다. 기암절벽-폭포-소담이 함께 어우러진 물의 천국인 구룡연코스를 둘러보니 순수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웅장함에 감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번 관광에선 온정리를 출발,신계사터-금강문-옥류동-옥류담-연루담-비봉폭포-구룡폭포를 둘러봤다. 계속해서 오르면 상팔담,구룡대, 비로담, 구성담 등을 구경할 수 있으나 불가피하게 하산,아쉬움이 컸다. 날씨도 50년만의 첫 관광을 축복하듯 따뜻할 정도로 좋았고, 피곤함도 잊고 무아지경에서 금강산을 다녀왔다.

금강산 관광은 앞으로 관광객이 특수한 남북관계를 이해하고 관광시 다소 제한적인 상황에 유념하면서 관광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성사를 계기로 통일이라는 종착점에 보다 빨리 다다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금강산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반드시 한번쯤은 가볼만한 민족의 자랑스러운 자원보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