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우리 가족간에는 사랑이 더 많아졌어요. 그전에는 으례히 일하러 가는가 보다고 무덤덤하게 보이던 남편의 출근길이 그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가 없어요. '전쟁터'처럼 생존경쟁이 치열한 직장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성원하기위해 아파트 문도 소리나지 않게 닫는 것은 물론이고요,퇴근길이면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녀들과 허리숙여 인사해요.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저절로그렇게 돼버렸어요"
40대 주부 강갑순씨(경북 경산시 옥산동 평광아파트)는 IMF가 터지고 난 뒤 오히려 생활에 발전적인 변화를 맞았다. 온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살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무엇보다 소중한 일임을실감했으며, 경제적.사회적 위기감에 가족애가 더 단단해졌음을 가족 구성원 누구나 느끼고 있기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오고부터 가족간에 아끼고 위로하는 마음이 더 풍부해졌어요. 한창 사춘기라 사고싶은 것도 많고 욕구불만이 클 자녀들도 그저 아빠에게 감사하고,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그래요"강씨는 "그렇게 속깊게 여겨보지않던 시댁이나 친정식구들의 삶 하나하나도 관심이 간다"며 위기가 가족애를 다지는데 상승효과를 불어넣고 있다고 밝힌다.
며칠전 딸(희영.대학 2년) 아들(형래.고교2년)은 물론 남편까지 함께 집앞 스티커 사진점에 나가서익살스레 가족사진을 찍어 냉장고랑 응접상이랑 잘 보이는데 붙인 강씨는 "고실업시대인데도 남편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 그 직장으로 매일 아침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러운 감정을느껴요. 이따금 차를 두고 올때면 딸이랑 버스정류소에서 남편을 기다리는데 딸도 '아빠는 나의영웅'이라는 표정이 역력해요"
국가적 경제위기가 가정위기로 직결돼 늘어난 여성들이 가정폭력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기는 기회'임을 반증이라도 하듯 거품경제 시절에는 스쳐 지나갔던 가족애를 더욱 다지는신가족주의적인 경향이 강씨 가족에서 물씬 느껴진다.
7년차 주부 남인숙씨(33.대구시 북구)도 "남과 같이 잘 먹고, 브랜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거품 심리는 버린지 오래"라면서 꼭 필요한 자녀 교육비랑, 남편의 출퇴근복 구입 등으로 지출을 한정했으며 가계경영을 자신보다는 가족우선의 복고주의적인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 이는 대구시내 중산층 주부들이 경제위기에 자신보다 가족의 욕구를 먼저 충족시켜야한다는데 58.9%가 찬성한 조사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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