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이후 최대의 국난이라는 IMF의 파괴력은 가히 전방위적이었다. 특히 지역경제는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IMF체제 이후 지역경제계에서는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거나 워크아웃 등 금융권에의한 사실상의 '신탁통치'를 받는등 씻을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IMF 체제 이후 대구지역 경제는그 이전 1년과 비교해볼 때 실물경기와 금융부문이 모두 엄청나게 악화됐다.
지역경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IMF충격을 더욱 많이 받은 것은 섬유, 기타기계, 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3대주력 업종의 의존도(전체 제조업의 60%)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이들 업종 모두 부진했기때문이다.
지역 전체 산업의 14.5%를 차지하는 건설업 역시 아파트 건설에 치우쳐 경기 민감도가 지나치게높은데다 사업다각화를 채 마무리짓기 전에 외환위기를 맞는 바람에 청구, 우방, 보성, 화성등 '빅4'가 모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고통을 겪고있다.
실물경제 못지 않게 금융부문이 받은 충격도 컸다. 대동은행, 대구·경일종금, 대구·대동리스가퇴출됐으며 최근 지방최대의 상호신용금고인 경북금고도 사실상 간판을 내렸다. 금융기관 점포수면에서는 IMF 직전인 97년11월말 9백38개이던 것이 현재 8백58개로 줄어들었다.역내 금융기관의 퇴출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던데 대해 한국은행 대구지점 추흥식 조사과장은 "경제규모에 비해 과다하게 설립돼 방만하게 경영된데다 실물경기 악화로 금융기관의부실화가 상대적으로 심각했던 때문이었다"라고 분석했다.
대구지역 경제가 보다 강한 체질로 바뀌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탈태환골하고섬유·건설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산업구조를 전자통신, 화학등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룬 형태로 다변화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섬유산업의 경우 최근 추진되고있는 밀라노 플랜은 이런 점에서 섬유산업 구조고도화의 좋은 계기다. 그러나 일부 관련단체들의 집안행사에 그쳐서는 성공할수 없다는 냉소섞인 목소리도 없지않다.
주택건설업계도 연매출액이 1조원을 넘나드는 대형 주택건설업체 여럿이 정상적으로 영업할수 있는 구매력이 대구에 없음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구조조정 및 사업다각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우리나라 경제가 경기저점을 다지고 조만간 회복세에 들어서 IMF체제를 극복할 것이라는 장밋빛전망이 심심찮게 나오고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을 지역경제에도 적용할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그 누구도 귀가 솔깃한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난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고 기반도 취약하다.
섬유업을 하는 ㅁ씨는 말했다. "다품종소량생산,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참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길을 갔던 기업인들이 경쟁업체의 덤핑공세와 무차별적 베끼기, 담보만을 따지는 금융기관들의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많이 봤다"IMF의 원인을 우리 국민의 의식구조의 문제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현재의 위기는 경제주체중 어느 한 부문만이 해결할수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 지자체, 기업인, 노동자, 시민 등 모든 경제주체의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구경제의 고부가 가치화'는 '한국농구의 장신화가 시급하다'와 같은 공허한 말장난이 되기 십상이다.
〈金海鎔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