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노조 허용할때 아니다

입력 1998-11-17 00:00:00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법률개정작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노동부는 실업노조 허용문제가 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사항임을 내세워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차관회의에 상정, 심의한뒤 임시 국무회의에올릴 예정이라는 것이다.

노동부가 이처럼 실업노조의 입법을 추진하는데는 실업자를 노동조합이라는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면 실업자가 저항 세력으로 집단화 하는 것을 막을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없지않다.

또 들리는 바로는 노·사·정위원회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몇몇 민노총측 위원과 지역노조 임원가운데 해고로 인해 자격을 상실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 실업 노조허용을 주장한다는 저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장이야 어떻든 노사문제가 가까스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현 시점에 느닷없는 실업노조허용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산별노조를 채택하는 국가의 상당수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실업노조허용 주장이 황당한 것만은 아니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란 '직업을 불문, 임금·급료 기타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노조법 제4조)라고 규정됐고,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행동권·단체교섭권을 갖는다'고 규정, 실업자를 근로자 개념에서 배제하고 있는만큼 실업노조 허용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법무부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사실 사용자 개념이 명확치 않은 실업자들이 노조를 결성했을 경우 누구에게 자신들의 복리·후생 증진을 요구할 것인지 간단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것이기 때문에 경제 난국으로 가뜩이나 복잡한 이 시점에 실업 노조 문제를 거론한 노동부의 발상은 시기상조란 느낌이다. 노동부는 실업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지역별·산별 초(超)기업노조로 국한되고 실직자들만의 노조 결성을 봉쇄해놓은만큼 사회불안 조성세력은 출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부 주장이 사실이라해도 실업 노조원들이 보다 과격 성향을 띨것이 사실인만큼 새로가입한 노조에서 기존 노조원이나 사용주와 갈등 양상을 띠고 산업평화를 교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컨대 실업노조 허용은 실업 문제 해결에도 또 산업 평화 안정에도 모두 도움이 될 수 없다는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런만큼 노동부가 싱업 대란 해결책의 일환으로 실업노조 허용을 제안했다면 이를 즉각 철회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듯 하다.

실업 문제는 경제 회복을 통해 사회복지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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