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새학교문화 창조' 어떻게 하나

입력 1998-11-05 14:03:00

학교문화를 어떻게 바꾸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지난달 교육부가 중등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교육비전 2002-새학교문화창조' 방안을 내놓은 이후 교육청은 물론 교장, 교사들조차 교육방향에 대한 가닥을 잡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당장내년부터 토론문화 형성, 교수.학습과정의 개별화, 다양한 체험학습 등 추진 과제별로 구체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 흉내 낼만한 모델도 없다. 교육부는 올 겨울방학때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 교과연구 공모에 합격한 교원, 내년 고1 담임예정교사, 학부모 대표 등 2만7천여명을 집중 연수시킬 예정이다. 또 학교로부터 교육계획서를 공모할 예정이나 정책을 입안한 교육부도 아직 방향만 제시했을 뿐 연구사례 하나 학교에 전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새학교문화 추진과제 중 관련 분야를 앞서 시행한 학교의 사례와 교장, 교사들의 경험담을 모아보는 것도 실천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는 방법의 하나가 될 것이다.

방과후 활동 시범학교인 대구 원화여고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 32개반을 편성, 창의력.적성.소질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노력했다.

외부강사와 외부 시설을 활용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학부모들의 이해부족. 왜 공부를 안 시키느냐는 항의가 많았던 것.

대구시 북구의 한 학교 학부모들이 공부를 더 시킨다고 소문난 이웃 학교로 전학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시도할 정도로 학력위주 교육관이 아직 학부모들의 머리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것이다.기존 환경 속에 이뤄진 방과후 활동은 학생들의 소질과 특기를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박병철교사는 "시설과 공간 부족, 과밀학급 등의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방과후 활동이 학생들의 취미생활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천 중앙고는 지난 6월 부터 교육부의 방침을 적극 받아들여 보충수업 대신 방과후 활동을 시작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하던 학생들도 방과후 활동시간에는 열의를 보이며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것은 큰 성과.

강제 멸획일성을 탈피해 학생들의 자율성과 의사를 존중해 줬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단 2, 3명의학생들을 위해서도 부서를 편성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만으로는 외부 강사들의 인건비에 못 미치고 강사 확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영식교감은 "학생들의 다양한요구를 수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며 "학부모들에게 추가 부담없이 수업의 수준을 높이라는 교육당국의 방침은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칠곡군 약목고는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우선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방안이 간접체험학습법. 몇 명의 학생들이 현장에서 만든 시청각 자료를 다른 학생들이 함께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각 과목별로 현장학습에 필요한 단원을추려, 기획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임정수교장은 "경제적 부담이 현장학습의 가장 큰 장애"라며"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봉사활동 시범학교로 지정된 의성중은 학생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복지시설.기관.단체 협조를 얻어 '봉사활동 가이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점은 참고할만 하다. 학생들의 활동내용을 전산처리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없어 고충을 겪고 있는것은 이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가면 귀찮게 생각하고 청소 등 단순 노동만시키는 기관.시설들이 많아 봉사활동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는 것. 오문희교사는 "지역사회,주민, 학부모들의 도움이 없으면 학생 봉사활동은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대구 입석여중 김득순교사는 학생들의 창의성.사고력.적성개발을 위해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교사는 "학교에서 필독도서를 권장해 초.중.고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독서지도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수십년간 지속 해온 학교 교육의 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육청, 각 학교의 지혜를모으고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성주중 김정수교장은 "교실 개혁은 교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교사들이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면 현실에 맞는 방법들이 나올 것"이라고 희망을 보였다.

〈崔在王.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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