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은 엉거주춤하지만 짜릿한 것. 가슴 속을 휘젓는 봄바람에 잠 못 이루고, 돋아나는 나뭇잎에도 너나없이 저절로 시인이 되고 마는 것.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나무 허리에 박힌 옹이처럼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지워지지 않는 것.
시인들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자신의 첫 사랑을 고백했다. 도서출판 동인이 펴낸'사랑의 첫 느낌,그 설레임으로 살고 싶다'에 신작 시와 산문을 실은 시인은 모두 32명. 여기에는 지난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박노해씨도 들어 있다.
여기에는 사촌누이와 나눈 어설픈 첫 키스 이야기도 있고, 동네 처녀와 감나무 아래서 주고 받은밀어도 있다. 밝히기 힘든 불륜의 사랑도 큰맘먹고 털어놨다.
박노해씨의 시 3편은 출감 후 지면을 통해 처음 발표하는 것.
박씨는 중학 1학년 때 글 잘 쓰고 눈빛이 슬퍼 보이는 예쁜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부끄러움을 잘타는 그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법은 고작 편지. 어느날 그 애를 자기한테 인수인계하라는 읍내어깨 큰 선배들에게 대들었다가 '엄청 깨져버렸다'. 그리고는 바락바락 악을 썼다. 어떻게 그녀의마음을 힘으로 주고 받냐고.
이 책에 사랑을 고백하는 시인은 각양각색이다. 참여문학을 주장하는 시인도 있고, 순수문학만 고집하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첫사랑의 고백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한자리에 모이지도 않는그들이 오랜만에 지면에 둘러앉아 서로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엿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