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정회장 일행 대화

입력 1998-11-02 00:0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방북후 귀환한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과면담했다. 이번 면담은 정명예회장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전 9시부터 35분간 김대통령이 궁금한 내용을 묻고 이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청와대는 오해를 사지 않기위해 현대측에서 정몽헌(鄭夢憲)현대건설회장과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사장을, 청와대측에서 임동원(林東源)외교안보수석과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을 각각 배석시켰다.

이 자리에서 정명예회장은 귀가 어둡고 말을 잘 못해 정몽헌회장이 대신 답변했으며 남북경협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해준 정부측에 감사를 표한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면담내용, 대북협력사업 등 북한방문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정부측의 협력을요청했다.

김대통령은 현대의 대북사업, 특히 금강산종합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민간차원의 활발한 남북경협이 남북관계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김대통령과 현대측관계자들간의 대화내용.

▲김대통령= 다녀 오시느라 수고많았다. 많은 일을 합의했다고 들었다.

△정명예회장= 평양에서 기름이 나온다며 남한에 파이프를 연결, 석유를 공급해주기로 약속했다.

▲김대통령= 기름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

△정몽헌회장= 기름이 나올 가능성은 잘 모르지만 아태위원회에서 개발 참여를 요청했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은 기름이 생산되면 남쪽에 우선 공급키로 약속했다. 정명예회장이 김정일위원장에게남한에 가서 신문에 보도해도 좋으냐고 했는데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신문에 내도 좋다고 했다.

▲김대통령= 미국탐사회사들이 탐사하고 있나

△이익치사장= 아태위원회 책임자들은 기름나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정몽헌회장= 김정일국방위원장은 미국에서 탐사 제의가 많다고 했고 사진을 보면 기름이 있다.

▲김대통령= 그런 것은 장차 이야기이고 다녀온 얘기부터 듣고싶다.

△정몽헌회장= 국방위원장이 지방에 있으면서 아태에서 여러번 요청이 있어 왔다. 정명예회장이연세도 들고 몸이 불편에 초대소에 직접 들렀다고 했다. 기름얘기를 주로했다. 그러면서 옆에 배석한 김용순에게 금강산 개발이 왜 늦어지고 있느냐고 했다.

이에 김용순은 곧 실현됩니다고 했다. 이번에 금강산 개발과 승용차 조립, 체육관 건립 등에 협의를 했다고 보고하자 김정일위원장은 남북간 체육교류를 많이 해야겠다고 김용순에 말했다.

김정일은 김일성생존시 통천비행장을건립해서 일본관광객을 유치하려다가 죽었다면서 금강산개발의지를 오래전부터 갖고 있은 느낌을받았다.

▲김대통령= 9가지 합의내용은 무엇인가. 절차합의는 되었나.

△정몽헌회장= 금강산 개발, 체육관 건립, 광천수 개발, 승용차 조립 등이 있다. 공단조성시 경제특구개념으로 되어야 하고 공단내 주택, 편의시설을 꼭 설치해야 하고 북한내 투자기업들이 노동자 30%교체 등 애로가 많다고 우리의 요구를 강조했다. 이에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아태에서 적극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금강산 개발, 체육관 시설, 광천수 샘물개발은 위험성없이 할수 있다. 현재 북한이 해외에 진출한나라가 없기 때문에 남북건설 3국진출은 현재 리비아, 중앙아시아에 가능하지 않겠느냐.

▲김대통령= 임금에 합의했나.

△정몽헌회장= 합의는 없었지만 KEDO수준인 월1백달러수준으로 하면 좋다. 남한에서 전기가 공급 가능한 지역에서 2천만평 공단을 조성할 수 있다. 신발만해도 1백만불의 수출이 가능하다. 8백개이상의 기업이 북한진출에 관심이 있다.

▲김대통령= 대만도 본토와 이렇게 해서 이익을 받았다. 일이 잘 되어서 중소기업이 많이 나갔으면 좋겠다. 남한과 경제교류 열의는 어느정도인가.

△정몽헌회장= 김정일국방위원장에게 공단얘기를 했더니 남포공장이 잘 안된다면서 김용순에게물었고 김용순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저희 현대측이 하면 잘 될 것이라고 하자 김정일은 남북간 경제교류 희망을 갈망하며 공단조성은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번 금강산 개발이 늦어졌다고 책망했다. 김정일이 전력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김대통령= 공단은 한다고 동의했나.

△정몽헌회장= 관계기관과 협의한다고 했다. 당장 자동차 조립, 광천수 개발 등 위험이 적은 사업을 빨리 하자고 했다.

▲김대통령= 현대측이 이번에 금강산개발사업에서 독점했나.

△정몽헌회장= 작성문구에는 없지만 현대만 하도록 했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김용순에게 현대사업을 여러 사람과 나눠 하지말라고 했다.

▲김대통령=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공단개발이다. 공단조성이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할 것이다. 이미 대만에서도 중국본토진출 성공사례가 있다. 현대측의 대북사업이 꼭 성공해주길 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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