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어린 눈망울

입력 1998-10-30 00:00:00

"이젠 울어본지도 한참이 된 것 같습니다"

3살난 재민이는 동네 어귀를 한참 뛰어다닐 나이지만 오늘도 좁다란 병상위에서 몇안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입원한지 5달째. 엄마말대로 처음엔 감기라고 믿었으나이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재민이의 복부와 척추에는 신경아 세포종이라는 암세포가 퍼지고 있다. "차라리 희망이 없다면이 정도로 마음이 아프진 않겠죠"

재민이 엄마 정지련씨(36)는 엄마가 모든 것을 다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재민이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몇달간 실직 상태에 있다가 지난달 겨우 트럭 운전사로 취직한 남편마저 운전대를 잡은지 일주일만에 오토바이와 충돌해 인명 사고를 내 교도소에 있다.

"내일이 남편 선고일이지만 눈이 마주치면 서로 가슴만 아플 것 같아 가지 않기로 했다"는 정씨는 "남편이야 시간이 흐르면 만날수 있겠지만 우리 재민이는 어떡하면 좋으냐"며 어깨를 들썩였다.

천만원이 넘게 든다는 수술비는 고작하고 3백만원이나 밀린 병원비조차 낼길이 막막한 정씨. 자다가도 '수술'이라는 말이 들리면 일어나 유난히 큰 눈망울을 굴리며 "수술 받지 않고도 집에 갈수 있지"라며 떼를 쓰는 재민이. 하지만 이젠 병원에서 나가면 재민이를 눕힐 집조차 없다. 정씨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번씩 꿈을 그려본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사랑을 나눠준다면 우리 재민이도 저들처럼 거리를 걸을 수 있으리라고.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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