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단풍을 보며

입력 1998-10-29 14:07:00

한 성도가정의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동화사쪽으로 가다보니 가로수잎들이 울긋불긋 단풍지고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아래 나무들이 겸손한 자세로 자기몸을 물들이는 정경을 보면서 새삼조물주의 창조섭리에 감사를 드렸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한 화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오리무중. 식물학자가 동원된 수사팀은 화원의 식물들이 어쩌면 범인을 목격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용의자들을 한명씩 화원으로 들여보내 식물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몇 사람이 들어가도 반응이 없던 식물들이 어떤 한 사람이 들어가자 일제히 두려움에 떠는 반응을 나타냈다. 집중추적한 결과 진범임이 밝혀졌다.우리가 보기엔 한갓 미물인 꽃이나 풀들도 생각과 감정이 있어 상황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한다는사실을 드러내주는 예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나면 한송이 들꽃이라도 마구 꺾거나 해칠 수가 없게된다.

한 야생초 애호가는 멋진 야생초군락을 발견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알려줬다간 당장에 그 군락지가 폐허처럼 초토화돼 버린다는 것이었다. 야생초는 원래의 자리가 고향이며 삶터이다. 사람에 의해 강제로 뿌리뽑혀 도시의 정원에 옮겨진 야생초는 이내 자기가 지닌 향기를 잃고 죽어가기 쉽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의 생명조차 귀히 여기는 마음, 그것이 인간사랑의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절기에 맞춰 아름다운 대자연을 우리에게 선사하시는 그분의 모습을 드높아진 10월의 하늘속에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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