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한 일본인 유학생으로부터 받은 강렬한 기억이 있다. 대학원에서 소논문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일본인 유학생이 발표한 논문은 매우 특이했다. 그는 윤동주의 고향인 북간도 명동의 마을 지도를 상세히 작성하고 윤동주의 친지 및 교우관계등을 면밀히 추적해냈다.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이름과…'그는 윤동주의 소학교 동창생 중에 실제로 패, 경, 옥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는지를 학적부를 떼어 조사하기까지 했다. 작은 부분에 깊이 천착해서 파고드는 일본인의 학문 태도에 우리는 경악하고 말았다.
최근에 연극인 홍해성에 관한 자료를 정리한 적이 있다. 홍해성은 일본 스키지소극장에서 배우로활동하다가 귀국하여 1930년대부터는 극예술연구회와 동양극장에서 연출가로 활동한 연극인이다.그의 연보를 정리하면서 스키지 시절 그의 활동사항이 일본연극사에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스키지의 단역배우에 불과했던 그가 언제 무슨 연극에서 무슨 역을 맡았는지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반면 일제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단체에서 지도자로 활동한 그에 대한 한국의 기록은 너무도 빈약하기 이를데 없었다.
일본문화의 치밀함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문화의 허술함을 보았던 경험들이었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나 막연한 자신감이 무모한 모험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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