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8-10-27 15:01:00

'채근담'에는 "뜻이 큰 사람은 한 칸의 방도 적지 않다고 하고 넉넉하게 여긴다"는 말이 나온다.아마 이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 해야 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아파트 평수가 잘 살고 못사는 기준이 되고, 비싼 자동차를 타면 싼 자동차를 타는 사람보다 한 수 위로 착각하는 세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난국 속에서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채근담'이 가르치고 있듯이 백성이 가난하면 같이 가난하고 풍요로우면 행복해 할 수 있는 '큰 뜻'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국정감사 결과 대구지방경찰청의 청장실.차장실과 일선 경찰서장실의 면적이 정부 청사관리규정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면적보다 최고 3배 이상이나 넓다는 지적이 나와 말썽이 되고 있다. 행자부가 지난 6월 25일자치단체장 집무실(광역시장.도지사 30평, 시장.군수.구청장 20~25평) 기준을 지킬 것을 자치단체에 지시한 바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대구지방경찰청은 부끄럽게도 이 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26일추미애(秋美愛) 의원이 내놓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청장실은 1백26.06㎡로 시행규칙이 정한 면적(50㎡)보다 2.5배나 넓으며, 둘 수 없도록 된 접견실.욕실을 합치면 약 3백30㎡(1백여평)으로 弱還토50평)의 2배나 된다는 것이다.

또 대구지방경찰청 산하 8개 경찰서장실도 모두 규정(33㎡)을 초과하고, 달서경찰서장실의 경우101.25㎡로 규정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대구지방경찰청은 '공공건물은 사용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당초 93.6㎡로 설계된 도면을 무시하고 복도 콘크리트 벽체를 없애고 집무실을 넓혔다면 욕심을 부려도 너무 부린 것 같다.

게다가 추의원의 지적대로 '건물 설계부터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늘의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뜻이 큰 사람은 왜 한 칸 방도 넓다고 여길까를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겨야하지 않을까.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