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억해야할 11인의 생애

입력 1998-10-27 14:07:00

역사의 '풍향계'는 늘 인사이더편이었다.

기록도, 사람의 기억도 그들만이 역사의 흐름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만의'전유물'이 아니다. 시대를 가슴으로 안았던 아웃사이더들이 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역사의 흐름을 바로잡으려고 했던 아웃사이더들. '금기 인물' 또는 '외길인생'이란 수식어로 별난 삶을 살아간 아웃사이더 11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도서출판 삼인이 인물비평총서 4편으로 '세상은 그를 잊으라 했다'를 펴냈다.

대표적인 인물이 친일파 연구에 일생을 바친 재야 역사학자 임종국선생. 65년 치욕의 한일 회담을 지켜본 그는 친일파연구라는 '금지된 연구'를 필생의 테마로 삼은 뒤 '친일문학론'(66년)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89년 환갑을 갓 넘긴 뒤 평생의 숙원인 '친일파 총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일본에 한번 다녀 오고자 했어도 교통비가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그가 사후에 남긴 것은 집 한 채와 평생 모은 친일파 관련자료 더미뿐이었다.

부역자 재판과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 재판을 맡아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린 유병진 판사. '한국 사법사의 사표(師表)'로 불리는 그는 진보당 사건때 조봉암을 뺀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용공판사'로 몰리며 법복을 벗어야 했다.

경북 성주에서 태어난 '한국의 마지막 선비' 김창숙선생은 해방후 이승만의 단정 수립에 반대해심한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

이외 이 책은 언론인으로 박정희 쿠데타 정권의 첫 희생자가 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4·19직후 교원 노조 사건의 핵심인물로 고통을 받은 강기철선생, 평생을 재일교포 수난사 연구에 바친재일사학자 박경식선생, 한국 진보 교단의 지도자 김재준목사, 월북 예술가 김순남, 국악의 대중화에 온 정력을 바친 국악인 정철호선생, 평생 가난을 달고 다니면서도 고려청자를 재현한 도예가 유근형선생, 스님출신의 독립운동가 김성숙선생의 삶을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지은이는 김경재, 김삼웅, 김수현, 정운현씨등 10명. 2백79쪽. 9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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