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겨자먹기식 땅처분 늘어

입력 1998-10-27 14:38:00

극심한 자금난에 몰린 기업들이 알짜배기 부동산을 공시지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매각하는등 경제계의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강원산업은 최근 포항시 두호동에 있는 사원 아파트부지 3천3백평을 토지공사에 팔았다. 평당 매매가는 89만원으로 총매각 금액은 30억원 가량.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땅은 평당 2백만원을 호가했다. 올해 평당 공시지가도 1백18만원이다.

그러나 강원산업이 보유 부동산을 팔면서 회사의 자금난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이 된다면 헐값에처분했더라도 위안을 삼을수 있겠으나 실정은 그렇치 못한데 있다.

포항시 요지의 땅 3천3백평을 판 이 회사는 이번 매각대금이 월 전기료 60억원의 절반밖에 안돼부동산을 매각했다지만 경영개선과는 거리가 멀어 섭섭함이 더 크다.

회사가 헐값에 땅을 팔 수밖에 없게 된 이유는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지만 요즘와서는 상여금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 이 회사 노조는상여금 체불과 관련, 22일 대표이사를 노동부에 고소하기도 했다.

문제는 강원산업과 같은 처지의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있다. 강원산업이 땅을 팔았다는 소문이 돌자 일부 기업관계자들은 "가격은 둘째치고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땅을 팔았느냐"며 부러워한다는 말들도 나온다.

포항지역 기업중 사택, 토지등 보유자산을 팔려고 내놓은 업체가 많다는 말이다. 일부 업체들은보험까지 해약해가며 자금확보에 나섰지만 자금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지금은 팔겠다고 내놓기라도 하지만 몇달뒤면 채권은행에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이라는 한 업체 대표의 말은 궁지에 몰린 요즘 기업들의 사정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포항·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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