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바람도 달빛도 아니었다

입력 1998-10-26 14:15:00

뭐라카노, 저 편 강 기슭에서/니 뭐라카노, 바람에 불려서/

박목월 시인의 '이별가' 부분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것 같지만 실은 이별을 아쉬워하는정겨움이 넘치고 있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기에 살갑게 키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허전함과더불어 요즘 우울증 남성 환자도 많다고 한다. 필자는 별 이유없이 그런 깊고 어두운 우물에 갇혔을때 시(詩)라는 줄을 붙잡았지만 다행히 썩은 동아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그런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신경림의 '갈대'란 시에서 시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꼈었다. 흔드는 것이 바람도 달빛도 아닌 갈대제 울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내면을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 우울증은 어느날 제 삶을 되돌아보며 남을 원망하거나 자신을 미워한다. 자살 또는 가족까지 해치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결국 절망이나 희망의 동아줄도 다 제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중자애(自重自愛)란 이기심이 아닌 참 자기 사랑이고 또한 사회 사랑이다. 자신을 진정 사랑한다면 남을 해칠 수없다. 그것은 곧 자신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관계뿐 아니고, 그릇 깨지는 소리에 세상이 소란스럽다/깨진 그릇은/칼날이된다/무엇이던 깨진 것은/칼이 된다/

오세영의 '그릇'이란 시 부분처럼 신용과 믿음, 사랑이 깨어져 부모와 자식 사이까지 어렵다. 참을성과 따뜻한 눈 인사가 절실한 때에 제 삶을 자주 반성하며 언제라도 밑바닥에서 새로 시작할각오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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