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리 실직자 "나 어떡해"

입력 1998-10-26 14:31:00

"대기업 간부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재취업에 오히려 짐이 됩니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라도들어가고 싶지만 회사측이 부담스러워해요. 장사라도 해야지 별 수 있습니까"

모대기업 가전사업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 실직한 뒤 인력은행, 고용안정센터를 들락거리던 배모씨(43)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 출입처(?)를 옮겼다. 좌절감만 안겨주는 재취업에 매달리기보다 차라리 대출을 얻어 창업하기로 마음먹은 것.

지난 3/4분기 대구지역에서 30대이상 취업률은 평균 3.6%선. 구직자 3만3천6백58명 가운데 1천1백96명이 일자리를 구하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특히 여러 직종들 가운데 사무관리직 취업률이 가장 낮은 점을 감안한다면 대기업, 금융권 출신 실직자들의 재취업률은 3%선에도 못미친다는 결론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설 고급인력정보센터는 지난 8월말까지 대기업 간부출신을 포함, 1천8백여명이 재취업을 의뢰해왔으나 이들중 7.3%에 불과한 1백35명만이 채용됐다고 밝혔다. 구인인원이 9백86명이었는데도 실제 채용이 부진한 까닭은 경력인정문제 등 구직자와 업체간 요구조건이 다르기 때문.

지난달 9개 시중은행이 연말까지 9천2백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사무직 구직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또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도 상반기에 6천3백여명을 감원한데 이어 하반기중 5천여명을 명예퇴직 등의 형태로 내보낼 계획이다. 지난 8월 퇴출이 결정된 고려, 태양, 국제,BYC생명 직원 2천여명 가운데 3백명 정도만 재고용됐을 뿐 1천7백명은 실직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고급인력들의 재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다소 장기적인 안목을 내다보는 구직자들은 자격증 취득에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붐을 이루는 것은 금융권 출신 실직자들이 주로 몰리는 공인선물중개사(AP) 자격증. 국내에 선물거래소가 들어선다는 호재에 힘입어 대구에서도 2~3곳이 재취업훈련과정을 마련, 교육 중이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 공인자격증, 미국공인회계사 등도 제값을 하는자격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올해 대졸자나 20대 실직자들에게는 인턴사원제, 공무원 조기채용 등취업지원책이 있지만 30대이상 고급인력 실직자들에게는 재취업훈련과정뿐"이라며 "경기가 회복돼 기업들이 경력자를 대거 채용하지 않는 이상 실업대책만으로는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말했다.

〈金秀用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