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PT까지 바닥난대서야

입력 1998-10-22 14:35:00

아무리 가혹한 경제난속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소홀히 하거나 양보해서는 안되는 부문이 있다.일상생활을 지탱할수 있는 생필품과 인명을 지켜주는 기초 의약품의 공급이 이에 속한다.만약 생필품과 기초 의약품의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사회는 순식간에 혼란과 불안속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대구시내에서 빚어진 독감 백신과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혼합백신)부족으로 접종을 받아야 할 어린이 8만4천여명중 4만명이상이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우리에게 깊은 우려감을 갖게 한다.

독감 백신부족은 최근 신문.방송등을 통해 '독감의 10년 주기설'이 확산, 백신접종을 원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가수요가 급증한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되기 때문에 그런데로 납득이 안가는바 아니다. 그러나 DPT의 경우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내의 5개 메이커가 원료를 수입, 공급하고 있는 DPT는 환율 급등에 따른 적자를 내세워 각 메이커들이 지난 연초부터생산을 축소하는등 절대량이 부족한 형편이다. 게다가 대구지역은 폭리를얻기위해 업자들이 농간을 부린 의혹마저 받고 있다니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생명들을대상으로 하는 의약품마저 이런 식으로 다루어져서야 되겠는가.

DPT는 원료 수입과 제조과정을 거친후 다시 6개월간의 역가검증기간을 거치면서 안전성과 약효를 인정받아야 시중에 판매할 수 있다. 때문에 자금회전이 늦고 마진이 낮은데다 지난 봄에도DPT 접종 사고로 3명의 유아가 숨지는등 위험도가 높기때문에 DPT 생산업체들이 생산을 기피하는 성향이 없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말대로라면 생산업체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한 해마다 DPT 부족현상은 되풀이 될수밖에 없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그런만큼 차제에 정부는 DPT 생산과 공급 과정의 전모를 파악,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예산을 지원하는등 '완전한 공급체계'를 갖추도록 해야할 것이다.또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대구시내 백신 부족 현상이 업자 농간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분명히 따져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IMF의 어려운 시기라 할지라도 무서운 병마 앞에 어린 생명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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