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풀린 일본 대중문화...의미와 전망

입력 1998-10-21 00:00:00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대중문화 상품이 정부의 일본 문화의 단계적 개방 계획이 확정됨에따라 국내 시장의 문이 열렸다.

정부가 이날 확정·발표한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는 지금으로서는 비록 영화와 일본어판 출판만화와 만화잡지에 국한돼있지만 앞으로 1년 정도의 논의를 거쳐 게임, 가요 등으로 문호가 더욱확대될 예정이다.

문화관광부는 일본 문화의 개방 원칙으로 △국민적 합의하의 정책수립 △단계적이되 적극적인 접근 △상호주의 원칙 △건전한 문화교류 △민간차원의 교류 추진을 내세웠다.

또 개방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는 "과거 한·일 양국간 불행한 역사와의 관계가 적은 분야부터 그리고 문화적 가치가 높은 분야부터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개방하되 개방의 성과가 나타나도록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적 감정과 함께 고려되고 있는 또 다른 주요 현안은 일본 문화 유입에 따른 국내 해당 분야의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다.

문화부의 경제적 파급 효과 분석에 따르면 영화의 경우 일본 영화가 한국 시장에서 약 7~10% 정도의 점유율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현재 국내의 영화 시장규모 2천3백84억원 중 1백67억~2백38억원을 일본 영화가 잠식하게된다는 분석이다.

또 초기에는 순수문예영화가 주목을 받겠지만 점차 상업영화의 비중이 늘어날것으로 보고있다.문화부는 대응 방안으로 종합영상지원센터 설립 등 영상산업 기반 구축, 애니메이션 아카데미 개설 등을 통한 전문인력 양성, 영화진흥금고 확충 등 재원확보, 국제영화제 및 견본시 참가지원 등다양한 해외진출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출판만화의 경우는 현 시장 규모 3천9백91억원 중 이미 47%인 1천8백78억원을 일본 번역만화가점유하고 있는 데다 출판 만화의 특성상 일본어판의 시장성이 없으므로 개방에 따른 신규 잠식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의 반응을 보면, 영화계 인사들 중 상당수가 일본 영화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한 시장 잠식효과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영화의 연간 제작 편수는 60편 정도에 그치고 있는 반면, 일본 영화의 제작편수는 5배에 가까운 2백80편 가량이며 입장객수 기준으로는 한국의 3배가 넘고, 흥행수입 기준으로는 7배가 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의 우려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는 일본 영화로 인해 국내 영화 시장이 어느정도의 시장을 내주면서 구조조정을 거치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일 영화계의 교류 등을 통한 영화계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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