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명예퇴직 잡음

입력 1998-10-20 00:00:00

대구은행이 실시 예정인 명예퇴직을 놓고 뒷말이 분분하다.

대구은행은 인력구조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이번 '명퇴 실시의 변'으로 삼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나가야 할 사람은 안나가고 있어야 할 사람이 나갔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명예퇴직이 아니냐"는 등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6백23명의 신청자가 나왔다. 그러나 신청자들중에는 4급이상 간부직원은 39명에 불과했고 1급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5~6급 행원이 4백83명, 서무별정직이 1백1명 등 하급직원들에 명퇴신청자가 집중됐다.

특히 여행원은 전체(9백50명)의 절반가량인 4백51명이나 명퇴를 신청해 이들의 집단 퇴직에 따른창구업무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명예 퇴직한 여행원중 상당수를 파트타임 형식으로 재채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있다. 고임금자를 내보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조직에 활력을 넣는다는 명퇴 본연의 취지는 간데없고,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식의 인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명예퇴직 신청이 지나치게 하위직에 집중돼 있다는 내부 비판에 따라 대구은행은 19일까지 명예퇴직 신청 접수기한을 연장했지만 19일 접수 마감 결과 3급과 4급 각각 4명, 8명 등 모두 12명의직원만 추가로 신청했을 뿐 간부직원들의 명예퇴직 신청은 없었다.

대구은행은 5년동안의 인사고과 평점 기준을 적용하고 대출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에게 명예퇴직을권유하는등 고육책을 동원하기도 했다. 회사 발전을 위해 떠나야 하는 간부급 인사의 리스트가담긴 살생부가 떠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번 명퇴는 금융구조 조정기를 맞아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앞둔 마지막 명퇴 기회라는 인식 때문에 은행 노사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구은행의이번 명퇴는 사람 머릿수만 줄이는 외형적인 감축에 급급한 나머지 본질적 의미에서의 구조조정이 되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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