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이 한창 숨가쁘게 돌아가더니 요즘들어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의 규명보다는 정치적 흥정족으로 무게 추가 기우는 듯하다. 하기야 물증을 바탕으로 한 진실의 규명이 그리 간단할 리 없고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바 아니다. 더구나 소위 '총풍'의 경우에는 고문조작설이라는 암초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겠다. 오래 끌어봐야 그러잖아도 불안한 TK정서에 악영향만 끼치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음직도 하다.
그러나 애당초 불거지지 않았다면 또 모를까. '세풍'이니 '총풍'이니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마당에 결국 정치적 봉합으로 귀결되고 만다면 이건 도대체 국민들을 뭘로 아는 처사인가. 아니이런식의 어정쩡한 얼버무림으로 돌아선 TK정서를 다시 껴안아 보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TK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TK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명명백백한 진실의 규명은 필수적이다. 수사과정에 고문이 있었다면 그것도 밝혀야하고, 총격요청이 사실이라면 고문문제와는 별도로 그 전모를 반드시 밝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며칠전 서울 경실련에서 이런 취지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비중있는 시민단체로서 당연한 행보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잠잠하기만 하다. 'TK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구호속에 비리연루자를 옹호하는 대규모 정당 집회가 대구에서만 두번씩이나 열릴때도잠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지 TK의 자존심이 말이 아니다. 진정한 자존심은 부단한 자기정화를 요구한다. 자정능력도 없이 맹목적인 패거리 옹호의 논리에 갇혀서는 자존심을 운위할 자격이없다. TK의 정치적 자존심은 비리에 연루된 지역 정치인을 먼저 나서 스스로 단죄하는 결연한자정능력을 통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TK문화를 흔히 '사나이 문화'라고 한다. 자존심과 의리를 존중하는 문화라는 말이겠다. 그러나의리에도 여러 차원이 있다. 뒷골목 삼류 깡패집단의 천박한 의리라면 모를까, 내부적 자정능력을상실한 맹목적인 의리는 이미 의리가 아니다. 이런 의리는 자존심과 무관하다. 자존적 의리는 다름아닌 대의에 대한 무한책임이다. TK문화의 본류는 바로 이런 선굵은 대의의 문화, 자존과 의리의 문화다.
지역 정치권은 더이상 대구·경북문화를 욕보이지 말기 바란다. 당신들이 기대하고자 하는 왜곡된 지역정서는 일시적·표피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들의 얄팍한 정치적 술수에 계속해서놀아나기에는 우리 지역문화의 역사적 뿌리가 너무 깊다. 지역역사를 면면히 관류해온 TK문화의본류는 대의에 대한 의리와 자존의 문화, 자기정화의 문화라는 사실을 천착해보기 바란다.이 지역에서 여전히 겉돌고 있는 집권세력도 반성해야 한다. 당신들 역시 얄팍한 술수로 접근한다면 결코 지역정서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다. TK정서를 탓하지만 말고 본류 TK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존중할 줄 아는 자세를 배워나가기 바란다.
지역정서를 볼모로 한 정치적 지역할거주의는 이 시대 최대의 비극이요, 이를 부추기는 짓은 이시대 최대의 죄악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계층통합을 비롯한 제반 영역의 사회통합을 이룰 수 없다. 사회통합 없이는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지역갈등의 극복없이는 21세기 세계속에 우리가 차지할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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