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여파 늘어나는 우울증

입력 1998-10-14 14:00:00

스산한 바람과 낙엽. 유난히 계절의 변화를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가을. 올해는 유난히 그'가을을타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자연의 변화에다 IMF이후 밀려든 생활의 어려움이 우리들의 마음에 우울함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을 밟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가는 계절을 그리는 낭만적 가을타기가 아니라 바짝 죄여오는삶의 고통때문에 나타나는 절박한 슬픔이 요즘 가을앓이의 실체.

남편과 같은 은행에 다니는 20대 주부 이모씨도 예외는 아니다. 곧 있을 인원감축에 자신같은 사내커플중 아내가 퇴직 일순위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신문.방송에서 이런 사례를 볼 땐 먼나라 일같았는데 막상 여상 졸업이후 10년 가까이 몸담았던직장을 떠나려니 모든 것이 억울하고 허무하다는 것이 이씨의 고백이다. 입맛을 잃은 것은 물론밤마다 악몽을 꾸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기 일쑤다.

처녀적부터 '낭만적인' 가을타기를 즐겼던 대구시 동구 지묘동의 30대 주부 박모씨 역시 지독한가을앓이를 하고 있다. 남편의 월급이 안나온지 몇 달째. 하지만 궁색한 티를 내기 싫어 주변에어렵다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적금, 보험을 헐어쓰는 것도 한계에 달한 요즘 노랗게 물드는단풍만 봐도 금새 눈물이 떨어진다. 어쩌다 내 신세가 이 지경이 됐나, 난 왜 이렇게 무능할까 하는 생각만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며 소화까지 잘 안된다.

계절특유의 쓸쓸함을 간직한 가을철은 서서히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햇빛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것으로 밝혀진 계절성 우울증이 자주 나타나는 시기.

거기다 경제불황의 여파로 우울한 일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가을과 함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좀 기분이 안좋다고 해서 무조건 질병이 아닐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우울증은 단순히 내성적인 성격이나 기분이 처지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그리고 거의 매일 우울한 때 또는 체중이 급격히 늘거나 준 경우, 지속적인 불면에 시달리는 경우 등 증세가 심각할 때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도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자살등 극단적인 우울증으로 인한 비극을 막는 지름길이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 음식과 카페인 섭취를 삼가고 육류를 적게 먹으며 담배를 끊는것이 좋다. 반면 생선과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제를 많이 섭취하고 물을 하루 8잔 이상씩 마시며햇빛을 하루 20분 이상씩 쬐는 것이 좋다. 하루 30분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도 우울함을 날려버릴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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