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대망과 통합의 정치

입력 1998-10-08 00:00:00

어디서 들은 얘기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의 탄생1백주년 기념일에 그가 생전에 쓰던 잠겨진 책상서랍의 자물쇠를 따고 열어보았다. 아무 것도 없고 종이 한장이 나왔는데, 다음과 같은 요지의글이 있었다고 한다.

'(앞이)캄캄하고 답답할때는 고래뱃속에 있었던 요나를 생각하라'였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나는 니느웨성(城)으로 가서 말씀을 전파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다시스행(行) 배를 타고 가던중 거센 풍랑을 만난다.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신의 진노임을 깨닫고 배밑창에서 잠자고 있던 요나를 깨워 누구의 잘못인지 제비를 뽑았는데 요나가 걸려들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할까 물었는데, 요나는 바다에 던져달라고 한다. 큰물고기에 삼켜져 3일간 물고기 뱃속에 있던 요나는 니느웨성 인근 앞바다에 토해져 당초 하나님의 명령대로 전도길에 나선다. 여기서 놓쳐선 안될 점은 고래뱃속에서 사흘동안 요나는 깊은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참회하는 자세보여야

지금 정국(政局)은 요나가 갇힌 고래뱃속처럼 절망적이다. 무엇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듯하다. 여당은 국세청동원 대선자금모으기.북한동원 총격전유발모의 등에 대한 철저한수사와 야당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국세청모금은 고위직 몇사람의 개인 비리일뿐이며 판문점 총격교섭은 고문에 의한 조작이라고 맞받아치면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선 정치권 사정(司正)은 부패정치를 청산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야권은 표적.보복사정을 하는 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나는 3일간 큰 물고기 뱃속에있으면서 회개했건만, 여야는 가을정기국회를 약 한달 공전시키고서도 참회의 빛이 없다.

◆정쟁 이젠 그만두자

고래의 뱃속처럼 캄캄하고 답답한 이시점에 해법을 내놔보고 싶다. 일단은 정쟁(政爭)중지에 합의하라. 그 다음은 큰줄기(大綱)와 통합의 정치를 펼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하나의 방안을 제시한다면 사정.세풍(稅風).북풍.고문조작등 민감한 모든 사안에 대해 검찰에 일단 맡겨두고 논평부터삼가해야한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국회를 열어 참회의 선언을 하기 바란다. 과거 어느 누구도 불법 정치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을 고백하고, '지금부터는(from now on) 법과 양식(良識)에 따른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국민앞에 서약하는 것이 어떨까. 과거를 용서해달라는 여야의 공동결의문을 국민앞에 내놔야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조용히 진행하되 빨리 매듭짓고 정치권에서 잘난척(국민입장에서 볼때)하는 발언들을 삼가 달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 모여 '지금부터는…'선언을 하고나면 정부의 1급이상 공직자들의 부패청산선언, 기업인들의 투명한 사업풍토조성선언, 금융인들의 깨끗한 자금운용선언등이 뒤따라야 할것이다. 또 교육계.법조계.언론계등의 자정(自淨)선언이 온 나라에 메아리친다면 제2의 건국 운동이 새삼 무슨 필요성이 있을까.

제2의 건국운동하는 사람들이 과거에도 반복했던 '의식개혁운동'에 매달리기에 앞서 정치권이 우선 '지금부터는…'선언을 하도록 권유하고 각계에 캠페인을 벌이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

◆백성 고통부터 챙기도록

혹독한 경제난속에서도 추석연휴4일만은 국민들 모두 흐뭇한 한가위를 보냈다. 그러나 모처럼 형제자매 모여 시끌벅적하고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달리며 냅다 지르는 소리들이 태평성대이기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1년 3백65일중 단 며칠의 명절풍경에서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민생은 도탄에 빠져들고 있다.

누구를 위한 '사정'이며,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대다수 국민들이더이상 견디다 못해 폭발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새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어린시절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기막히게 감동적인 말이 있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루속히 통합의 큰줄기를 잡아나가기 바란다.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