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정례화 동반자길 선택

입력 1998-10-08 00:0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간 8일 정상회담은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가 과거사 족쇄를 끊고 한층 더 높은 차원에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가장큰 뜻이 있다.

양국 정상은 특히 정상회담을 매년 1회이상 개최키로 정례화함으로써 앞으로 각 분야의 실질적인협력은 물론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토양이 될 신뢰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정상회담 성과는 무엇보다 냉전종식후 새 질서 모색기를 거치고 있는 동아시아 상황 등에따라 '시대적 요청'을 내세워 과거사 족쇄를 풀려는 김대통령의 주도적 노력이 낳은 것이라고 할수 있다.

김대통령은 7일 주일 한국언론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20세기 들어 시작된 불행의 금세기안마감' 의지를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회담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공동선언 11개항과 행동계획 43개항에 구현돼있는 한.일간 21세기 동반자 관계 추구는 그러나 "단순히 한.일 양국만의 이익을 꾀하는 양자차원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및 번영을 위해 기여한다는 아시아 전체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홍순영외교통상장관은 설명했다.

김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방문때 한.중간 특별관계 제창을 통해 '시장경제'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한 한.중.일간 3각 협력체제를 구축, 아시아의 평화.안정.번영을 도모하는 구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공동선언과 행동계획으로 정리된 이날 정상회담 내용은 이러한 기조속에 △과거사 일단락과 동반자관계 구축 △정상회담 기회를 활용한 양국간 구체적 현안 해결△경제협력에 비해 뒤떨어진 정치.외교.문화 등 다른 부문의 협력강화를 통한 균형된 협력관계 확대 등 크게 3가지 의미를 지닌다.

공동선언은 전문에 해당하는 1항부터 5항까지 한.일 관계의 과거.현재.미래를 조감하고 있으며 오부치총리는 과거문제와 관련, 한국 국민을 특정해 식민지지배에 의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공식문서로 표명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강한 표현의 반성.사과를 했다.

김대통령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평가'하는 동시에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상호노력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임을 밝힘으로써 피해자 입장에서 양국간 과거사 문제를 사실상일단락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6항부터 10항까지 5개항은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양국간 협력방향을 담은 것으로 △대화채널확충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 △경제분야 협력 △범세계적 문제에 관한 협력 △국민.문화교류 등 5개분야의 협력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대통령이 유엔에서의 일본의 공헌과 역할 증대에 대한 기대를 표명한 것은 일본의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해달라는 일본의 강력한 주문을 직접 수용하는 것을 피하는 표현이다.

또 '다국간 대화노력 강화'에 대한 의견일치는 일본이 4자회담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적극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 및 미.중.러시아와의 6자회담을 가리킨 것으로 북한과 중국 등의 반대 또는소극적 태도로 인해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6자 또는몽골까지 포함시킨 7자회담에 대한 추진원칙을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북한의 핵계획 추진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장치'로 규정, 계속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확인한 대목은 북한의미사일 겸용 로켓발사에 격앙돼 대북 경수로지원 분담협정에 서명하지 않고 있는 일본측을 설득한 결과이어서 일본의 서명시점이 주목된다.

두 정상은 대신 동북아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방치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함으로써 대북 경수로 지원과는 별개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강력 대처해나갈것임을 밝혔다.

경제협력 분야에선 김대통령이 외환위기 극복과정의 일본측 지원을 평가함으로써 감사를 표시하고, 일본수출입은행의 30억달러 대한(對韓)융자 합의를 양국 정상이 합의한 대목이 눈에 띈다.특히 金대통령은 일본문화에 대한 단계적 개방 방침을 전달, 대일관계에서 '열린 마음'을 보여준것으로 평가된다.

공동선언 11항은 한.일 두나라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양국 국민의 광범위한 참가와부단한 노력을 촉구, 한.일 양국의 동반자 관계가 정부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적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을 밝혔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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