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도움을 주신 이름 모를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얼마전까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12살 혜영이(본보 6월 18일자 24면)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난소암 제거 수술과 몇차례의 항암 치료를 무사히 끝내고 이제는 세번이나 빠졌던 머리카락이봄에 새순이 돋듯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난소암 판정을 받은뒤 치료비가 없어 애를 태우던 혜영이가 '기쁜날 이웃사랑' 가족들의 도움으로 새생명을 얻은 뒤 전해온 사랑이 담긴 첫마디다.
지난 몇달간 혜영이의 어린 가슴은 세상에 대한 절규와 이를 넘어선 희망이 교차했다. 어느날 몸속을 파고든 난소암. 예쁘던 생머리가 모두 빠지고 임파선까지 암세포가 번졌지만 죽음보다도 더두려운 가난 앞에 무기력하기만 했던 혜영이 가족.
실직한 아버지의 눈물뒤로 절망을 느껴야 했던 혜영이. 하지만 낯모를 이웃들이 보내온 정성들이 쌓여 혜영이의 몸속에서는 사랑의 기적이일어났다. 지난달 1차 완치 판정을 받고 이제는 꿈이 될뻔했던 피아노 선생님이 되기 위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예전 처럼 긴머리를 길러서 예쁜 머리핀을 꽂고 모든 분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혜영이는 "마음 고생만 하시던 엄마, 아빠가 웃음을 되찾은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적었다.또 "제가 생명을 얻었듯이 나중에 커서 나와 같이 치료받던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들에게 도움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저를 도와 주신 아저씨, 아주머니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라는 긴사연이 담긴 글로 끝을 맺었다.
이젠 우리 사회의 익숙한 모습이 돼버린 실직과 부도. 그 속을 채우는 눈물과 절망들. 하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따뜻한 이웃 사랑의 메아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李宰協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