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입력 1998-10-07 14:10:00

몇해전부터 모중앙일간지는 매년 전국 대학 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보도하고 있다. 그 대학평가 작업은 갈수록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다. 평가결과가 대학서열화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어느 대학도 그 결과에 초연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 되었다. 무경쟁의 신화에 젖어있던 대학에 긴장감을 부여해준 것만으로도 그 신문사의 대학 평가작업은 긍정적인 요소가 충분하다.

그러나 그 평가기준과 결과를 분석해보면 그것이 자연과학 분야에 유리한 편향적인 잣대에 의해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교수 연구 부문에 대한 평가이다. 거기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SCI 게재 논문 수 및 그 인용빈도이다.

즉 국제적으로 공인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의 수와 그 수준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대학의 연구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절대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에 편향된 평가가 되기 십상이다. 인문학은 자연과학과는 달리 고유한 언어와 문화, 역사적 맥락속에서 형성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문학 분야에서는SCI 게재 논문의 수가 현격히 적을 수밖에 없다.

자연과학분야만큼 계량화된 기준은 없지만 인문학 분야에서도 물론 잘하고 못함을 판별하는 판단근거는 있다. 다만 인문적 가치는 계량화해서 따지기 곤란한 속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계량화하기 어렵다고 해서 인문학분야의 연구실적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또인문학이 전체 대학의 서열을 매기는 데 거의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서글픈일이다.

한 사람의 인문학도로서 자연과학에 얹혀사는 인문학의 처지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상우〈연극평론가.영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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