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합과 나눔의 한가위로

입력 1998-10-03 00:00:00

모래면 우리 민족 최대명절인 한가위다. 고향과 부모님을 찾는 민족 대이동의 행렬이 벌써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고향은 더 그리워지는 모양인지 예년보다도 그 수가 더많은 3천만명이나 귀성길에 오를 것이라고도 한다.

한가위는 1년 내내 땀 흘려 가꾼 오곡백과를 거둬들이는 풍요의 계절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명절이다. 이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된 귀성길에 오른다. 외국인들도 우리의 이 아름다운 으뜸 명절을 이해하고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가.

하지만 올해 한가위의 둥근 달은 밝게 비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날씨가 맑을 것이라는 기상청의예보도 있었지만 실의와 좌절감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되레 소외감이 커질까 우려되기도 한다. 2백만명에 육박하는 실업자, 늘어나는 노숙자, 자연재해로 집과 가재를 잃은 이재민, 풍년을 눈앞에 두고 태풍에 그 꿈이 일시에 물거품이 돼 버린 농심은 물론 실향민들의 아픔과 실망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특히 한가위를 며칠 앞두고 영·호남을 강타한 태풍의 피해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가져왔다. 하루만에 52명이 생명을 잃었을 뿐 아니라 수확 직전의 농경지도 23.9%가 흙탕물에 휩쓸렸다. 지난 8월의 수재 복구가 채 되기도 전에 다시 남부지역을 휩쓴 태풍은 경제난국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한 풍년에의 꿈마저 앗아가고 말았다.

나라 살림이 이 지경이지만 백성들의 시름을 풀고 용기를 북돋워줘야 할 정치는 과거사 들추기에급급한 대치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며, 집단이기주의와 개인이기주의는 그 끝이 안보인다. 해외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고급 백화점의 선물 코너가 붐빈다고 하니 슬픈 현실이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올해의 한가위 귀성은 온갖 어려움을 이기는 '민족 저력 찾기의 길'이 되었으면 한다. 엎친데 덮친 역경과 뒤틀린 현실 속에서도 둥근 보름달처럼 화합과 나눔의 미덕을 이끌어내는 명절로 승화시켜야만 한다. 이런 때일수록 소중한 것은 부모 자식간, 가족간의 돈독한 우애와 격려이며, 이웃에게도 처진 어깨를 펴주는 따스한 마음이 요구된다.

이번 한가위는 불행해진 이웃을 감싸고 나눔의 정을 베풀며, 각기 자기 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해야 할지 자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혜를 짜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기만 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