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구조대원 걸어 온길

입력 1998-10-02 00:00:00

1일 밤 순직 구조대들의 시신이 안치된 파티마병원과 대구 동부소방서는 눈물바다였다. 얼굴도모르는 어린 생명을 구하러 떠났던 3명의 청장년이 무심한 강물에 자신들의 생명을 던져놓고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거센 물결에도 마다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했던 구조대원들의 용기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네 글자로 생생하게 살아있다.

팀장인 이국희 소방장(44). 이소방장은 어머니가 7년간 지성을 드려 낳은 독자. 고교 졸업 직후소방공무원을 지원, 20여년 간 8백여회에 걸쳐 생사를 넘나들며 2백여명의 인명을 구해냈다. 소방업무의 최일선에서 화마와 수마를 대상으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던 이소방장은 지난 96년에야 겨우 자그마한 집을 마련했다.

후배들에겐 자상한 선배였으며, 빠듯한 봉급만으로는 가정을 꾸리기힘들어 부업전선에 나섰던 아내 김춘옥씨(41)에겐 항상 쭈뼛거렸던 '마음약한' 남편. 그러나 그는사랑하는 아내와 아직 중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남겨둔 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육군대위 출신의 김현철 소방사(28)는 7년간 함께 살아온 동갑내기 부인(28)과 1천만원짜리 전세단칸방에 살면서 정식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일 저녁김소방사의 빈소가 차려진 대구 파티마병원에는 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는 아내와 영문도 모르는 아들 태헌군(6)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이 교차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몄다.

외동아들인 김기범 소방사(26)는 5년간 사귀어온 학교 동창인 애인과 내년 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는 5년간의 특전하사관 근무를 마치고 학업까지 중단하며 119 구조대에 투신, 성실한근무자세로 선배들의 칭찬을 한몸에 받아왔지만 꽃다운 젊음을 뒤로하고 순직했다.

〈李宗泰·崔敬喆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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