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간부 부인모임 무궁화회

입력 1998-09-26 14:51:00

대구시 북구 복현동 지체부자유자 수용시설인 대구안식원(원장 김경배)은 매월 23일이면 웃음이넘쳐 흐른다.

대구지방경찰청 간부 부인들로 구성된 무궁화회(회장 김영희 54, 구종태청장 부인) 회원들이 방문하기 때문.

18세이상 중증장애인들만 모여 있는 까닭에 정신연령이 낮고 신체도 불편한 이들은 회원들을 모두 '엄마'라고 부른다. 나이가 19세인 △△이도 환갑을 넘긴 △△△씨도 '엄마'가 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들뜬다.

단순한 친목모임이었던 무궁화회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부임한 구종태청장을 따라김회장이 대구에 내려오면서부터.

김회장 주도로 보람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남편들의 직장인 경찰의 이미지를 개선해보자는 제의가 회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수소문끝에 대구안식원을 택했다. 처음 봉사활동을 나갔을 때만 해도 이들을 대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이 그리운 장애인들이 달라붙을 때면 저절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되면서 정이 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너무 친해져 친부모형제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크게 청소, 오락, 일손돕기.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하는 덕택에 원생들 뿐만아니라 이곳 직원들도 이들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노래도 함께 부르고 같이 춤도 추는 오락도빼놓을 수 없는 일과. 회비를 갹출해 휴지 세제등 생필품을 사다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안식원 총무 김명숙씨(47·여)는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집안 일을 하고 자식들을 돌보는 것처럼 일한다"고 고마워했다.

지난 5월 회비를 갹출, '112 티셔츠'를 맞춰 갔을 때는 원생들 모두 경찰관이 된 듯한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김씨는 " 자주 싸우던 원생들이 이 옷을 입고부터는 덜 싸우더라"고 전했다.총회원 26명중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제외한 21명은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행사에 참석해왔다.이런 아내들을 남편들도 전폭 이해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는단다.

김영희회장은 "실직이 다반사인 시대에 남편들이 이런 곤경에서 벗어난것만으로도 사회에 봉사해야할 당위성은 있는 것"이라며 "여기다 남을 돕고 궁극적으로 경찰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는일이어서 회원 모두가 열성"이라고 말했다.

〈崔正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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