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훌륭한 일꾼

입력 1998-09-22 14:00:00

인류가 과학을 발전시키며 생활에 필요한 온갖 기술을 보유하게 됐듯이 동물들도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 동물들의 기술은 인간이 갖고 있는 공학적 의미의 기술이 아니라 선천적 능력에 바탕을 둔 기술이다. 인간은 동물의 능력을 활용, 별을 관측하거나 집, 가게를 지키며 품질을 관리하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의 천문학자인 앙리 형제는 어떤 종류의 개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이나 성운에서 나오는 자외선 감지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별이있다고 예상되는 방향에 미리 천체망원경의 접안렌즈를 맞춰놓고 개미를 집어넣은 작은 상자를 달았다. 잠시후 개미가 허둥대기 시작했고 이는 그 별을 발견했음을 의미한다. 개미를이용한 앙리 형제는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알렸고 후세의 연구가들은 이를 확인했다.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는 타조가 훌륭한 우편배달부로 공인되고 있다. 차치와라는 마을과20km 떨어진 쿠치와라는 시골 마을 사이에는 전화도 없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그 곳 주민들은 특산품인 타조를 훈련시켜 타조의 목에 편지를 넣은 우편가방을 걸었고 20분 후에는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목적지에 도착한 타조를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타조를 완전히 신뢰하여 현금서류마저 타조에게 맡기고 있다. 그러나 90년전 벨기에에서는 고양이를 우편배달부로 활용하려다 우편물을 도중에 떨어뜨리는 일이 잦아 실패하고 말았다.

가끔 해외토픽을 통해 사람이 큰 구렁이를 몸에 감고 친근감을 나타내는 모습이 전해지기도하는데 외국의 몇몇 도시에서는 구렁이를 성실한 경비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호주의 시드니시에 있는 일부 상점에서는 뱀을 경비원으로 근무(?)케 해 도난을 방지하고 있다. 뱀은 밤사이에 잠자지 않고 상점을 이탈하지도 않아 경비임무에는 제격임이 입증됐다. 호주의 경험은 미국에서도 환영받아 값비싼 경비견 대신 구렁이를 둔 시카고의 술집을 시작으로 '구렁이 경비원'이 활약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우편배달부로 성가를 높인 타조는 남아메리카에선 양떼를 보호하는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남미의 타조는 발 빠르고 싸움을 좋아해 양떼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낯선 사람을 내쫓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추적, 차에서 나오는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한 새인 비둘기는 1급 품질관리사보다 더 뛰어난 품질관리 능력을갖고 있다. 미국의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가 만든 고가의 전자장치가 고장나 거래업체로부터보상을 요구받게 됐다. 원인은 부품에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의 미세한 균열이있었기 때문. 이 회사의 간부진은 고심끝에 동물심리학자에게 상담한뒤 비둘기를 품질관리사로 쓰게 됐다. 비둘기는 컨베이어 벨트곁에서 합격과 불량품이라고 표시된 두개의 유리판을 놓고 불량품 식별훈련을 받은뒤 얼마지나지 않아 컨베이어벨트에 나오는 제품에 따라 유리판을 쪼는등 합격품과 불량품을 정확히 가려내게 됐다.구소련의 기계제작 공장에서도 볼베어링의 볼을 검사하는데 비둘기를 이용, 불량품 여부를 집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비둘기의 시각기관이 미세한 형태의 손상을 가려내는 능력이 탁월하며 피로도 거의 느끼지 않기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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