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테이프 공개와 클린턴 장래

입력 1998-09-22 00:00:00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21일 오전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에서 아시아와 러시아의경제위기, 국제 테러문제 등 오늘날 전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관해 특별연설을 했다.그러나 이 시각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전백악관 시용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에 관해 연방대배심에서 증언한 테이프를 화면에 내보내고 있었다.또 하원 법사위는 이날 이번 성추문 사건을 수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수사보고서에첨부된 2천8백쪽 분량의 부속 증거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클린턴과 르윈스키간의 성관계 물증으로 제시된 르윈스키의 드레스정액 흔적과클린턴의 혈액검사 결과, 르윈스키의 전화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내용 등 갖가지 자료가 포함돼 있다.

이날 증언 테이프에서는 이미 공개된 스타 보고서의 내용을 뛰어넘어 특별히 주목을 받을만한 대목은 없었다. 지루할 정도로 성관계나 위증 여부 등에 관한 끝없는 논리의 대결이 이어졌다.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이 "부적절한 관계는 있었지만 위증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궁색한 답변을 하거나 검사측의 질문공세에 때로 쩔쩔매면서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모습, 또 이따금화를 내는 표정을 미국 시청자들은 생생히 TV로 지켜봤다.

많은 미국민들은 이날 테이프의 내용에 대해 예상과는 달리 "별 것 없는 것 같다"는 반응을보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런 테이프를 구태여 공개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지적도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테이프의 방영으로 클린턴의 국가 지도자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르윈스키와 10여 차례 오럴 섹스를 즐긴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위증을 하지는 않았다"고 궤변을 늘어놓는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감을 느껴 클린턴에게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매체의 특성상 클린턴의 눈빛이나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테이프 공개의 효과는 활자로 된 스타 검사 보고서 공개 때와는 차원이 다를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이번 테이프 공개를 계기로 클린턴이 겪게 될 지도자로서의 위상 실추는 결국 중도사임이나 탄핵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테이프의 공개가 클린턴에 대한 동정론을 유발하는 반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테이프 방영에 앞서 공개된 CBS 여론조사에서도 미국민의 69%가 테이프의 공개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59%는 테이프 공개가 일반 국민의 판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을 당황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테이프 공개로 클린턴에 대한 사임이나 탄핵 압력이 급속히 가중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오히려 공화당이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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