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미사일은 싫다

입력 1998-09-21 00:00:00

만약 모라토리엄선언으로 다 쓰러져가는 러시아가 갑자기 미국에 대해 선제 핵공격을 감행 한다면 클린턴 스캔들에 한창 정신이 빠져 있는 미국인들의 몇 %가 죽을까 오래 전 미의회 기술조사국이 추정했던 예상수치로는 공격을 미리 알고 대피령을 내렸을때 28~40%가 죽고 미처 대피시키지 못했을때는 60~88%가 죽는 것으로 돼있다.

미국이 파키스탄, 인도 등 제3세계의 고만고만한 나라들의 핵미사일 개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유를 알 만한 자료다. 따라서 북한의 대포동 1호와 알래스카 코앞에 까지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위성 발사체 부스러기는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의 ICBM만큼이 나 떨떠름하게 캥기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새로운 애물단지가 생겼다. 바로 1백80㎞이하짜리 장난감같은 미사일만 만들 도록 한 지극히 비자주적인 한미 미사일협정에도 고분고분 따르던 한국이 '더 이상 장난감 미사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대거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한미 안보협력행태를 비유적으로 풀어본다면 대체로 이런 형국이 아닐까 싶다.

예를들어 힘없는 약골이 뒷골목 주먹패의 위협을 받고 있을때 더 주먹 센 친구가 버티고 서 서 이런저런 대가를 챙기며 보호해 준다. 속박에 지친 약골친구가 제 힘으로 싸우겠다며 태 권도나 합기도를 배우겠다니까 '초단이상은 따지 말라'고 거꾸로 으름장을 놓는다. 상대는 계속 2단 3단, 기량을 높이고 있어도 손을 못댄다. 뒷골목세계에서도 그런 식으로는 진정한 친구라 부를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달 말쯤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논의 될 거라는 미사일협정 재협의방침은 바로 그러한 '우리도 초단 이상 따야겠다'는 반발과 대 거리인 셈이다.

그런데'장난감 미사일은 NO!'라고 말하고 자주 독립국가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할 협상에서 왜 겨우 3백㎞ 수준만을 논의하겠다는 건지 국민의 입장에서 물어보지 않을수 없다. 북한은 이미 1천5백㎞의 대포동 1호와 6천㎞위성미사일을 성공시킨 수준이다. 이웃 일본도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1만5천㎞에 이르는 H-2 의 자체 개발을 해낼 수 있다. 물론 중국은 1만 3 천㎞급 CSS-4를 실전배치한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3백㎞로 협상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 자는 것인가 군비확산을 조장하자는 것이 아니라 겨우 3백㎞ 떨어져 있는 동족만 겨누는 미 사일로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미사일이 갖는 군사외적인 (정치.경제적)이익은 손톱만큼도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환기하자는 뜻이다 미국이 자국이익 우선으로 대한(對韓)정책을 펴온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금 자기나라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시끄럽게 떠들고들 있지만 제나라가 전쟁중이거나 재정위기에 처할때는 스캔들도 덮어두는 게 미국이다. 1차대전때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스캔들을 파묻었고 2차대전과 경제 대공황때는 루스벨트대통령의 두명의 정부(情婦)에 대한 추문도 국익을 위해 눈감았던 나라다. 정부는 이번만은 과감히 NO!라고 말할 수 있는 독립 국가로서의 자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든 IMF든 좀더 순리대로 풀어가는데 옳 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밟을때 꿈틀대지도 않으면 굼벵이 대접조차도 못받는 법이다. 링컨 대통령도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어느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의 자 유와 독립의 수호자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육군과 해군이다' 1백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 의 자유와 독립, 국가안보를 수호해주고 있는것도 여전히 핵과 미사일이 주축이 된 군사력 이다. 우리 역시 미사일은 우리의 자유와 독립의 수호자이고 무제한 개발은 자주국방의 당 연한 주권이다. 빌어가며 장난감같은 미사일개발 허락을 받느니 차라리 수류탄을 던지며 싸 우겠다는 결의로 자주국방의 주권을 빼앗기지 말 것을 촉구한다. 외통부와 국방부장관은 배 짱을 가져라.

〈비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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