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제조업체인 (주)영진급식센터 배정숙사장(39·여·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은 이 달초 낯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보낸 사람은 고등학생 아들을 뒀다는 한 아주머니."면목이 없습니다. 아들 도시락도 싸주지 못하는 어미가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이렇게시작되는 편지. 편지의 주인공은 바로 배사장이 지난 4월, 도시락 회사를 만들면서부터 점심·저녁 도시락을 챙겨주고 있는 한 고등학생의 어머니였다.
배사장이 도시락을 무료로 보내주는 결식 학생은 80명. 갑작스레 몰아닥친 경제난속에 끼니를 때우지 못해 점심시간이면 운동장만 전전하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만은 없었다.하루 80개면 가격으로는 20여만원. 한달치를 합하면 5백여만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음식장사로만 잔뼈가 굵은 자신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라 여겼고 '돈 아깝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도시락을 다 싸고 남은 음식을 정갈하게 다시 챙기는 것도 10여년 넘게 식당을 하며 몸에밴 습관. 이 음식은 미혼모 시설인 '혜림원'과 아동복지시설인 '에덴원', '애활원', 그리고대구시 수성구지역 15명의 무의탁 노인들에게로 보내진다.
자신이 챙긴 음식을 시설 아동들이 먹고 나서 "아줌마, 이거 처음 먹어보는 거예요" 라며방긋 웃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배사장.
밥을 먹고 난 뒤 아이들이 "우리 소원은 비행기 타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지난 8월에는 에덴원 원생 60명의 제주도 여행 경비 8백만원을 기꺼이 내놓기도 했다.
다른 사람 챙기기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하나뿐인 아들(16)의 학교 납입금마저 제때 못내얼마전 담임선생님에게 핀잔을 들었다는 배사장. 배고픈 설움을 없애는 것이 자신의 위치에서 이뤄야 할 목표라며 웃는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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