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DJ노믹스'의 허실

입력 1998-09-18 14:15:00

'DJnomics'란 부제를 단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연다:국민의 정부 경제청사진'이 출간되었다.정부간행물로는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위기의 시대에 제시된 '국민의 정부'의 국가경영전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다.

책의 구성이 보여주는 탄탄한 짜임새는 평가받을 만하다. 당면한 경제위기에 대한 분석도설득력이 있다. 위기를 벗어나 내일을 열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국민경제를 건설하겠다는 의지 또한 손색이 없다.

그런데 'DJ노믹스'는 과연 어떤 사회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는가, 추구되는 우리 사회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국민과 함께 열어야 할 내일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바가 적어 아쉬움이 남는다. 단순히 경쟁력 있는 국민경제의 건설만으로 21세기 국가발전의 비전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나 '개방과 자유화'라는 방향제시가 미래상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이 제대로 채워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시장경제와 대등한 강도로 병행추구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시장제일주의·시장만능주의의 인상이 짙게 풍긴다. 단순한 절차적·형식적 차원의 민주주의라면그것만으로는 21세기 국가발전모델의 핵심개념을 삼을 수 없다.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하고는있지만 그 내용이 다소 공허하다. 사회구성원들의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참여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의 형성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의사결정과정 전반에 걸쳐 작동하는 사회통합의 기본원리로 발전되어야 한다.

시장경제도 그 구체적 내용에 있어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시장경제가 자칫 자유방임과 약육강식의 자유경쟁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질서자유주의라는 개념을 내세움으로써 이러한 오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듯 하나, 이 역시 분명치 않다. 주지하다시피 질서자유주의는 전후에 정립된 독일식 시장경제의 형성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질서자유주의와는 별 관계가 없는 영국과 미국이 우리 경제의 이상형으로 제시되고 있음은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한걸음 더 나아가 독일의 경제체제는 단순한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적'시장경제로 일컬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질서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합의의 틀을 접목시킨 것이 그들이다. 사회통합이 없이는 민주주의도 시장경제도 제대로 발전할수 없다는 교훈을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 최근에 이르러 영국과 미국이경쟁력상의 우위를 구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시장적 경쟁과효율의 원리에 경도되어 균형감각을 상실해서는 21세기를 제대로 열어 나갈 수 없다.지난 시절 우리는 거의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균형감각을 운위하는 것 자체를 사치로 치부하면서 달려왔다. 그 결과가 오늘의 위기다. 위기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은시대적 소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급하더라도 경제제일주의 이데올로기에 편향된채 맹목적으로 내달리는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열어 나갈 미래사회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고민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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