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비리 고리 끊는 계기로

입력 1998-09-18 14:43:00

뇌물을 받고 특정 대학에 대해 '청부감사'를 하거나 '봐주기 감사'를 한 교육부 감사관 등감사담당 공무원과 뇌물을 건넨 대학의 재단 관계자 등 6명이 검찰에 적발돼 구속됐다.특히 전 교육부 감사관 태칠도씨의 경우 95년 5월 학내 분규로 관선이사진이 파견된 대구대영광학원으로부터 "대학 운영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선이사진의 비리를 감사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고 예정에 없던 특별 '청부감사'를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한양대.경기대.청주대와 경북도교육위원회 등의 관계자들로부터도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어처구니가 없으며, 썩어도 너무 썩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측도 마찬가지다. 대구대 재단측은 이런 용도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수십억원대의 비상금을 마련했다니 탈법.변칙.부정행위가 대학에도 횡행한 셈이다.

대학 재단의 비리를 감시.적발해야할 교육부의 담당 공무원들이 상습적으로 재단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고 '청부감사'나 '봐주기 감사'를 하면서 되레 거꾸로가기를 했다니 결과적으로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에 다름아니다.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비리 사슬'은 그 끝이 안보이고 특히 교육을 통괄하는정부 정책 감독부서가 교육비리의 원천이 되고 있는 사실 앞에 우울해진다. 더구나 대학 재단들은 아예 전담 창구를 두고 교육부에 로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의 거의 전분야를 뒤덮어온 부패.유착과 속임수의 타락 문화를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교육이 21세기의 승패를 결정지울 것이라며 세계 모든 나라들이 교육 발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계마저 이 모양이니 과연 '제2의 건국'이나 '도전의21세기'를 열 수 있을는지 암담할 따름이다.

차제에 대학.재단.교육부 3자간의 고질적인 뒷거래 관행이 철저히 파헤쳐지고 엄단돼야 마땅하리라 본다. 검찰은 비리가 적발된 대구대 등 4개 대학과 경북도교육위원회 외의 다른 대학이나 교육위원회에도 감사를 둘러싼 뇌물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교육계의 비리 사슬과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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