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중략〉…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해').16일 타계한 원로 시인 박두진(朴斗鎭)씨는 '해의 시인' '대쪽 시인'으로 일컬어지며 우리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1916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난 그는 보통학교만 졸업한 뒤 독학으로 문학에 정진, 39년 '문장'지에 정지용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이 지역 출신인 박목월(朴木月)·조지훈(趙芝薰)과 함께 '청록파'로 불리는 그는 '해' '수석열전' 등 시집 10여권(시 1천여편)을 남겼다. 팔순을 넘긴 생애를 통해 단 한번도 불의나 권력에 굽히지 않고, 오로지 '지조'로만 일관한 '올곧은 지성'으로 문단 안팎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의 초기 서정시들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순수를 거부하면서도 문학을 다른 어떤 가치 밑에 종속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았다. 50년대에는 '사회비판시'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으며,60년대 이후에는 세계와 '수석시'로 독특한 경지를 펴보이기도 했다.
"시는 기교나 재주가 아니라 그 정신의 청정함, 옹골참, 대참 같은 것"이라고 믿었던 그의삶도 시 그 자체였다. 일찍이 시 '묘지송'(墓地頌)에서 "북망(北邙)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라고 노래한 바 있지만 그는 저승에서도 외롭지 않으리라. 청정하고 대쪽 같은 그의 정신은 언제까지나 '이글거리는 해'로 솟아오르고, 어두운 시대를 어렵게 통과하고 있는 우리 삶의 귀감으로 남아 '어둠을 살라 먹는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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