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수아비다. 내가 없으면 우리집 식구들이 행복해질까'
초가을 햇살이 따가왔던 16일 오후. 김정숙씨(가명.39.대구시 달서구 상인동)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녀석이 끄적거리다 만 메모지를 보며 이불 속에서 울었다. 3급 지체장애자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아빠, 석달 전부터 하반신 마비증세를 보이며 온종일 누워만 있는 엄마를보며 스스로를 '허수아비'라고 자책하는 어린 아들. 눈물 밖에 내놓을 게 없다는 엄마는 더서럽게 울었다.
12년전 결혼과 동시에 실직, 사기피해까지 겹치면서 삶의 의욕을 잃고 술에 빠져들기 시작한 남편. 파출부로 식당 주방으로 일거리를 찾아 발버둥치던 김씨가 급기야 자리를 펴고 누운 뒤로는 가족들의 생계도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무슨 병인지나 속 시원하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아직도 자신의 병명을 모르고 있다. 1주일전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했을 때도 김씨는 "갑상선 암이 의심되니 진단을 받아 보라"는 의사의 소견을 뒤로 한 채 '진료 포기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병원문을 나서야 했다. 고작 몇천원이 없어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한 게 벌써 석달째다.
"이대로 영영 일어나지 못하면 우리 아들은, 우리 남편은 어떻게 합니까?" 위장약이 허옇게말라붙은 입술을 힘겹게 뗄 때마다 김씨의 어깨는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곧 학교에서 돌아올 아들녀석의 얼굴을 어떻게 볼까 생각하며 김씨는 또 울고 말았다.
〈申靑植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