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정은 있고 정치는 없다

입력 1998-09-17 00:00:00

사정은 법에 따라 사정기관이 평상시와 같이 진행하면 될 것이고 국회는 국회본연의 기능을해야한다는 게 사정과 국회를 보는 국민의 공통된 시각이고 순리다. 그럼에도 검찰의 사정이 가속화되면서 사정만 있고 국회와 정치가 실종되고있는 상황은 국가운영기능의 중추가고장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사정의 방법과 목표가 잘못됐거나 아니면 정치권전체가국민에 대한 임무를 포기했거나 망각한 것 같다. 어쩌면 사정도 정치권도 함께 방향을 잘못잡고 흘러가고있는 느낌도 든다.

그렇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의 비리부정을 척결하고 정치풍토를 쇄신한다는 사정이진행되면서 야당의원의 여당행이 늘어나고있는 까닭이다. 야당소속일 때는 여러가지 비리혐의가 거론되던 인물이 여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엔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지거나 공교롭게도 형량이 줄고있는 것도 당적이탈과 무관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사정대상에 오른 인물은 대부분이 야당정치인이고 그것도 대여(對與)투쟁의 지휘부거나 여당과의 관계에서 미움을 받아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다.

더욱이 사정이 검찰등 사정기관의 정상적인 업무집행으로만 진행된다기보다 여당과 청와대가 사정대상이나 혐의에 대해 발설하는 경우가 잦아 사정이 여권의 의도대로 방향을 잡아가는 인상마저 주고있다. 실제 상당수 야당의 당적이탈의원들은 이같은 여권의 발설과 소문에뒤이은 것으로 많은 억측을 낳기도했다. 특히 대선(大選)자금과 관련한 수사에선 지난해 11월14일 개정정치자금법이후만 문제 삼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 기준이라 할 수 없는것이다. 이전의 대선자금도 대가성이 없다는 것만으로 접어둘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정치자금 아닌 개인 치부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이런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지금 진행중인 사정을 '표적사정', '보복사정'이란 여론을만들어내고 있다. 또 사정을 두고 '야당파괴음모'라는 야당의 주장에 수긍하는 상당수 국민들이 있는 것도 그래서다.

이제 여권은 말만 성역없는 사정이라 하지말고 사정의 분명한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고 그에따른 사정을 진행함으로써 국민들의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주어야한다. 아울러 사정은 사정기관의 평상업무로 돌려주고 지금 화급한 경제위기, 안보위기를 논의하는 국정의 장을 복원시켜야할 것이다. 여당은 국정운영의 주도적 책임을 진 이상 사정보다 더 중대한 국정현안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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