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세기 문화(4)-현대문학의 태동

입력 1998-09-12 14:07:00

'사소하고 하잘것 없는 임의의 일상적 사건에 대한 관심' 이 명제는 우리가 '현대문학'으로 부르는 20세기 문학의 핵심이자 문제점을 요약한 말이다.달리 표현하면 20세기이전의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변별하는 테마다

아우에르바하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색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오늘날 많은 작가들이 극히 사소하고 외적인 운명의 회전점으로서는 보잘것 없는 사건을 단지그 자체를 위하여 묘사한다.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갖가지 모티브를 전개시켜 주변환경과시대적 배경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예상하고 있다'고.

분명 20세기에 들면서 많은 문인들은 19세기의 문학이 매달려온 인간 자체에서 궤도이탈해인간의 사소한 삶 즉 일상에 젖어 들었다. 결국 20세기의 문학과 이전의 문학은 출발점부터달랐다. 봉건과 근대, 현대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세계관과 시대상을 반영한 문학작품들이 두세기를 가름했다.

1910년을 넘기기도전에 19세기 대표적인 문인인 에밀 졸라와 도스토예프스키가 죽었다. 그들을 이어 새로운 이름의 작가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조셉 콘라드,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등.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 독특한 주제의식과 실험적인 문체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소설을 쏟아냈다. 랭보와 아폴리네르가 갔다. 프루스트, 릴케, 발레리, 엘리어트 등 20세기의 햇빛을 쬔 시인들이 암울한 시대의 그림자를 떨쳐내려는듯 새 세기에 대한 희망을 노래했다.

새로운 거장들의 시대. 20세기초를 화려하게 장식한 거장들의 대표작은 한세기를 대표하는문학작품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갔다. 바로 이들의 붓끝에서 문학의 새 지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 D.H 로렌스등 영미권 작가에게 보다 많은 명성이 돌아갔다. 당시유럽, 미국 등 서구사회는 산업사회로의 진전이 심화됐다. 1906년 유럽각국의 도시인구는 절정에 달했다. 4백50만명의 런던을 선두로 4백만명의 뉴욕, 2백70만명의 파리, 2백만명의 베를린.... 메트로폴리탄은 한마디로 혼잡의 상징이었다. 시민들은 새로운 세계와 질서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 불안해했다.

늘 심리속에 내재된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은 난해하고 복잡한 문학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소시민들의 삶과 행동은 새질서와 권력에 의해 점차 구속받기 시작했다. 그들의 삶은 각박해지고 있었다. 1907년 미국은 법으로 이민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더이상 신대륙이아니라 인간의 굴레였다.

이 무렵 한 소설가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아일랜드의 피가 뜨겁게 흐르는 청년 제임스 조이스. 그의 첫 단편소설 '자매'가 발표된 때는 1904년. 3년후 그는 모두 15편의 초기 단편을완성했다. 이 단편들은 1914년 '더블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져 나왔다. 첫 단편집이나온후 그는 금세기 최고의 소설 '율리시즈'를 발표했다. 금세기초 예술지상주의를 신봉한 '영원한 상상력의 사제(司祭)' 조이스가 살아 숨쉬던 시기였다. 조이스와 작가지망생인 한 아일랜드 청년의 대화.

"자네는 아일랜드인이야. 아일랜드 전통에 따라 글을 쓰는게 좋아"

"더이상 민족적인 것은 싫어요. 위대한 작가들처럼 국제적인 것을 노리고 있어요""내가 쓰는 것은 늘 더블린이야. 더블린의 핵심에 파고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세계 모든 도시의 핵심에 파고들 수 있다는 말이 되지. 거기에 진정한 보편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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