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의 취임후 첫 일본방문을 앞두고 일본왕궁 예방시 일왕(日王)이란 호칭을 천황(天皇)으로 바꿔부르기로 했다는 청와대 발표는 위화감을 준다. 물론 일본과 우리는 벌써부터 국교를 정상화했고 그에따라 상대국의 호칭대로 불러주는 것이 예의라는 취지를 몰라서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도 정부와 언론에서 천황이란 호칭을 사용한 바 있었지만 일본측의 한국에 대한잦은 망언과 과거사 청산거부에 겹친 재일동포의 차별대우가 기폭제가 되어 일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청와대가 이같은 그간의 과정에서 일왕이라 부르게된 국민적 합의의 배경을외면한채 일방적으로 천황이라 호칭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신중하지못한 태도로 보인다. 지금은 일제하에 살았던 세대의 인구가 많지않아 천황이란 호칭이 크게 저항감을 주지않을는지 모르나 그때 "덴노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 萬歲)"를 불렀던 악몽같은 세월을 그 세대들은 잊지못할 것이다.
더욱이 천황이란 이름이 단순한 고유명사로 보아야할 것인지 아니면 왕(王)보다 격이 높은제국(帝國)의 황제란 뜻을 은근히 과시하는 것인지를 음미해보면 그렇게 기분이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한때나마 그들의 침탈속에 고통당한 입장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없이그때와 같은 천황이란 호칭은 제국의 망령을 느끼게도 하는 것이다.
2002년에 월드컵을 공동주최하고 아시아권의 경제위기에서 협력이 절실한 시기에 의례적 호칭문제로 일본의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국민적 합의속에 부르고 있는 호칭을 바꾸려면 국민의 여론을 사전에 수렴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옳지 않을까. 더욱이 일본이 가해자임에도 먼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를 보이지않는상황에서 피해자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꼴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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