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날 이웃사랑-이런사람 돕습니다

입력 1998-09-10 00:00:00

"애들을 바라보며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지만 당장 내일이 온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위암 수술을 받고 겨우 살아난 몸에 찾아온 간염. 10여분 이상 똑바로 서있기도 힘들지만조숙환씨(40·여)는 병실 한켠을 지켜야 한다. 골수암에 걸려 닥쳐오는 죽음과 힘든 싸움을벌이는 남편. 살을 파고 드는 암종양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조씨는 이를 악물고서라도 남편 곁을 떠날수가 없다.

하루에도 몇번씩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과 화장실에서 남몰래 흘려야 하는 눈물. 하지만 조씨는 자신과 남편만을 위해 속을 태울 수 없다. 몇달전부터생활비조차 없이 살아가는 중2 큰딸과 한살 아래인 막내 아들.

남편이 잠든뒤 당장이라도달려가고 싶지만 조씨의 주머니에는 몇천원의 택시비가 없다. "위암에 걸려 목숨을 건진뒤이젠 남처럼 오순도순 살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하늘이 저에게만 감당할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조씨는 한번씩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월 벽지 회사 기능공으로 일하던 남편의 실직. 곧이어 자신과 두 아이들에게 함께 찾아온 간염. 막노동판이라도 나가 새끼들은 먹여살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남편의 골수암 판정.이달초에는 네식구가 사는 친지의 5평짜리 가건물마저 경매에 넘어가 비워야 한다는 연락을받고는 산다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울먹이는 애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나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원망스러워 진다"는 조씨는남편과 둘러 앉아 애들에게 불고기 한번 실컷 먹여보는 혼자만의 상상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병명조차 모르는 남편이 잠 든 새벽이면 조씨는 병원 옥상 난간에 올라서고 싶은 절망의충동과 힘든 겨루기를 해야한다.

〈李宰協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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