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방출…치솟던 고추값 주춤

입력 1998-09-09 00:00:00

흉작 소식에 사재기 현상까지 빚어져 치솟았던 고추 값이 이번주 들어 주춤하기 시작했다.상인들은 "중간업자들이 작년 재고를 방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정부 역시 재고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 앞으로의 가격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농민·상인 등에 따르면 한달여 전 폭우가 끝나고 고추 병이 만연하자 사재기가 극성을 부려, 일부 중간상들은 수억원씩 자금을 동원해 안동·영양·청송 등 산지를 돌며 무차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매입 물량을 분산 비축하기도 해개인은 물론 영농조합 법인 창고까지 임차했다는 것.

또 매입 후 대리인들을 고용해 여러 시장을 돌며 일부러 몇몇 농가에서 높은 가격에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세를 부추기는 가격 조작까지 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때문에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값이 근당 7천원(볕에 말린 것)으로 뛰었다는 것.

그러나 영덕지역 경우 지난 6일(흥해) 7일(청하) 8일(강구) 오일장에서 상품 한근 값이 5천5백원까지 떨어져 거래됐다. 이로 인해 김장용 고추를 미리 사 두려는 시민들과 식당 등 대량 소비업소의 매입을 바라던 상인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상인들은 "많이 축적돼 있는 작년분 고추를 민간 업자들이 풀기 시작했기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앞으로도 값이 더 뛰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 놓았다. 4년째고추 도매상을 하고 있는 권모씨(47)는 "영주·안동 등 고추 대량 집하장에 벌써 작년분 중국산 수입 고추가 나오고, 10만근 이상씩 비축해 놨던 도매상들이 오른 값에 맞춰 방출에나섰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전국 고추 수요량을 19만톤 정도로 전망하고, 햇고추가 15만5천여t 밖에 나지않는 대신 작년의 묵은 고추 재고가 많아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3천3백50여t을 비축하고 있는 것 외에 민간 상인들이 3만4천여t을 보유해 재고가 3만8천t에달하며, 올해 의무 수입량도 5천t에 달해 오히려 공급이 6천여t 남아돌 전망이란 것.작년엔 9월8일 중품 한근 가격(서울 가락동 시장 도매)이 3천1백50원이었으나 올해는 5천1백원의 시세를 보였다. 올해의 이 거래가는 일주일 전보다 2백50원이 내린 것이다.〈사회2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