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상물 홍수시대 예고

입력 1998-09-08 14:16:00

SBS가 국내 방송사중 처음으로 북한영화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를 방영한 것을 계기로북한영상물의 밀물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안중근…' 후 정부 당국을 통해 TV방영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간 영화는 아직 없지만 독립 프로덕션들은 앞다퉈 수십편의 북한 영상물을 수입키로 하거나 수입을 추진중이다.독립프로덕션인 IMS는 지난 5일 북한의 대외 영화판매창구인 조선영화대외수출입공사와 북한영화 40여편의 판권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메이션(만화영화) '소년장수''낙랑공주와 호동왕자''곰동산과 토끼동산''영리한 너구리'외에도 역사물, 고전물, 멜로물, 희극을 망라했다는 후문이다.

'임진왜란 1·2·3' '보심록' '춘향전' '양반전' '내가 사랑하는 처녀''헤어져 언제까지' '초대장' '청춘이여' '꽃파는 처녀' '금강산으로 가자' 등이다. 북한 인민배우 오미란이 주연한'도라지 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S관계자는 "재미있고 이적성이 없는 작품들이기 때문에 사상 시비는 없을 것"이라며 "가령 '영리한 너구리'는 '달리기를 열심히 해 건강해졌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어린이 교육물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수입되며 통일부 반입승인, 관계당국의 이적성 여부검토, 문화관광부 수입추천, 방송위원회 사전심의 등을 통과하고 공중파든 케이블TV든 방송사와는 별도의계약이 이뤄져야 방영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업체인 B29엔터프라이즈가 '다람이와 고슴도치' 등 20여편의 북한산만화영화와 '북한판 고질라'로 최근 일본에서 상영된 영화 '불가사리' 수입을 추진중이다.북한영화 가운데는 KBS가 방영을 예정하고 있는 90분물 5부작 드라마 '임꺽정'이 있다. 모든 행정절차가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곳에서 암초를 만나 당초 8월초 방영 계획이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KBS에 수입을 알선한 IMS와 통일부의 대북사업자 승인절차를 거쳐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사 및 아·태평화위원회와 정식 판권계약을 했다고 주장하는 우인방커뮤니케이션 간의 판권분쟁이 발목을 잡아 방영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햇볕정책'에 따른 북한에 대한 관심 고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직간접적으로 찬양하는 북한영화를 여과없이 방영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고 실제 '안중근…'의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이들 영상물 가운데 방영 성사가 몇 건에 이를지는 두고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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