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체제정비

입력 1998-09-07 00:00:00

북한이 김일성주석사망후 4년간 계속된 유훈(遺訓)통치시대를 마감하고 김정일총비서를 국방위원장에 재추대함으로써 일단 체제정비를 끝냈다. 엊그제 있었던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는 헌법을 수정, 주석제를 폐지하고 내각을 신설하면서 종전의 군사지도역할만 해왔던 국방위를 모든 국정을 통할하는 기구로 격상시켜, 이 자리에 김정일을 앉힌 것이다.주석직 승계라는 서방관측통의 예상을 깬 이번의 권력구조개편으로 김정일이 노동당총비서·군 최고사령관·국방위원장을 겸임하게 됨으로써 최고통치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셈이다.지금까지도 김정일의 실제권력행사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나, 이번의 정비로 과도기는 끝나게됐다.

주석직을 폐지한 것은 김일성주석에 대한 예우차원과 유훈통치의 맥을 이어가면서 군과 인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내치와 외교에 김정일이 직접나서지않은 것은 막후통치를 계속하면서 경제난 극복등을 위해 전문관료들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고권력자로서의 김정일의 역할은 절대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방위원장 직책이 '정치·군사·경제역량총체를 통솔·지휘하며 국가체제와 인민의 운명을수호하는 최고직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사우위의 체제정비는 앞으로 일정기간은 병영독재국가의 형태로 대내·외 정책을통제해나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일본과의 관계강화및 개선에 노력하면서도 남북 당국자간의 대화는 기피해나갈 공산이 크다. 미사일 또는인공위성 발사 논란에서 나타났듯이 군부의 입김이 강하다. 남북 경제협력은 민간차원에 맡기고 당국간의 일정한 긴장관계는 그대로 끌고 갈 의도인것 같다.

북한이 뉴욕에서 열렸던 북·미고위급 회담을 결렬시키지 않고 제네바협정준수를 다짐하고미사일회담재개에 합의한 것도 대미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식량·연료원조를 많이 얻어내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미국 정부로서도 성추문으로 상처입은 클린턴대통령의 입지회복과 의회일각의 대북강경노선을 잠재우기 위해선 대북경제지원이 다급했던 것 같다.

북한의 체제정비로 우리사회일각의 낭만적인 통일론은 자제될것 같다. 군부지지 아니면 무너질 가능성이 큰 북한의 권력구조를 보더라도 성급한 통일론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 수있다. 정부는 예측불가능한 북한내부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입수에 총력을 다해야한다. 미국·일본등 우방과의 정보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다져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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