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8-09-07 00:00:00

국회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종전에는 '하한(夏閑)정국'이라 할 만큼 여름 혹서기에는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문을 닫는게 상례였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

제194회 임시국회(6월24일~7월23일)부터 잇따라 195회(7월25일~8월22일), 196회(8월24일~9월2일)를 열더니 곧바로 1백97회(9월4일~)를 열고 있다.

이쯤되면 국회의원들도 대오각성해서 국사에만 전념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제194회 임시국회는 개회만 했을뿐 공전됐고그 다음 다음의 회기에서도 의정활동을 제대로 한 흔적은 별로 없다.

국회는 여야간에 줄다리기만 하다가 196회 임시국회 폐회일인 9월2일 계류중인 법안 40건중 35건을 무더기로처리했을 뿐이다. 이처럼 일은 않으면서 국회가 중뿔나게 열린 것은 야당 의원들의 구속을막기 위해 한나라당이 계속 국회를 소집한데 원인이 있다.

국회 회기중에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안 열리면 답답하고 열려도 별 볼 일 없는'곳이라면 이런 국회가 꼭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어쨌든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내각제 개헌 시사 발언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대통령제를 주장해온 이총재인지라 내각제발언이 소신의 변경인지 아니면 내각제를 주장해온 자민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공동 정부내의 국민회의쪽을 흔들자는 심산인지 현재로선 요령부득이다.

이총재로서는 최 측근인 백남치의원과 서상목의원등에 닥친 현재의 위기상황(검찰소환)을 극복키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맞부딪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내각제 발언의 역공으로 나타났을 공산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고 '내각제…'가 이총재 자신의 소신이 바뀐 결과라면 『대쪽도 정치를 하면 꺾이기마련』이라고나 해야할지. 아무튼 소란스런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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