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은 상륙정 안에서 공포에 휩싸여 떨고 있다. 어떤 병사는 배멀미로 토악질을 하고 어떤 병사는 기도를 하고.
해변에 닿은 상륙정의 문이 열리면 해변 토치카에 설치된 기관총에서 뿜어낸 총알이 빨려들어온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해변에 한 발도 내딛지 못한 채 바닷물 속으로 고꾸라지고 물속으로 미리 뛰어든 병사들마저도 물속을 가르는 총알을 피하지는 못한다.
어떤 병사는 머리를 관통 당하고, 어떤 병사는 다리가 잘리고, 어떤 병사는 잘린 자신의 팔을 끌고 간다.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의 파도는 순식간에 붉게 물든다.
전쟁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전쟁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다만 전쟁의 참 모습을 재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나는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과장하지 않고 전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병사들의 전사 통지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 집안 형제 4명 중 3명이 전사한 것으로 밝혀진다. 막내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낙하산으로 투입됐다는 사실만 확인된다. 라이언 일병을 생환시키기위해 '밀러' 대위(톰행크스)가 이끄는 1개 분대의 병력이 투입된다.
이 때부터 영화는 생명의 계량적인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1명의 목숨이 8명의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상륙작전에서 많은 병사가 희생되더라도 전쟁에 이기면더욱 많은 인명을 구한 셈이라는 논리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질문에 대한 영화의 대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라이언 일병은 "왜 나만 집으로 돌아가야하는가. 나의 전우들도 나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들도 다 집에가고 싶어한다"고 말하면서 귀환을 거부한다.
손에 들고 찍는 카메라가 전장의 긴박감을 준다. 관객들은 마치 종군 기자가 촬영한 화면을바라보는듯한 느낌에 빠진다. 자신이 종군기자가 된듯한 착각과 함께.
카메라 렌즈에서 보호막을 벗겨내 거칠지만 질감있는 화면이 만들어졌다. 촬영상 또 다른특징은 카메라의 앵글이 만화의 그것에 비견될 정도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UIP 코리아 배급. 12일 대구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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