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내각제개헌 검토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 당안팎에서 화제다.상황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이총재의 발언이 정국에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예상 때문이다. 내각제개헌이라는 대선공약에도 불구하고 내심 대통령제를 고수하려는 국민회의와 반드시 내각제를 실현시키려는 자민련간의 알력이 수시로 노출되고 있는 시점이라는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이총재는 4일 수도권출신 초.재선의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표적사정 등 민주헌정 기조를 파괴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황제를 뽑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정략적 차원의 내각제논의를 반대했지만 이제는 재고가 필요하다"며 권력구조 개편논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총재의 이 발언이 일과성, 작전성 발언이 아니라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라면 여권을 교란시키기에 충분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정치권 사정과 관련한 여당의대야공격력 약화를 불러올 수도 있는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다.
또 당내에 엄존하고 있는 내각제 신봉자들이 대통령제론자인 이총재체제의 출범으로 보이고있는 동요와 이탈가능성을 차단하는 1석2조의 효과도 기대해 봄직하다.
당장 당내 최대의 반(反)이총재 세력을 이끌고 있는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 측은 권력구조개편논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전부총재를 비롯한 주변인사들이 여권의 주요 영입대상이 돼 왔다는 점에서 이들을 당에 잔류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발언 진의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이총재가 자신의 발언이 내각제 개헌추진쪽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 "김대중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용 행태를 비판하는데 무게가 실려있다"는 설명을 측근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총재의 본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온통 사정의 먹구름만 드리우고 있는 정치권에 새로운 화젯거리를 던졌다는 점에서 이총재의 내각제 발언은 일과성이 될 지도 모르지만 정치권에 새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를과소평가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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