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출 한살차이 큰 갈등

입력 1998-09-04 00:00:00

높은 사람이 나갈 것인가, 낮은 사람이 나갈 것인가? 나이 많은 사람이 양보해야 하나, 아니면 젊은 사람이 희생돼야 하나?

지방정부 인력 감축 시한이 닥쳐오자 경북도 및 산하 시군 공무원들 사이에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간부를 몇살까지 퇴진시킬 것인가'하는 것. 전국 대부분 시도가 올해 만59세 된 사람(39년생)까지 퇴진시키고 일부는 58세까지도 물러나게 하는데 반해, 경북도는60세된 간부까지만 퇴진시킬 것으로 알려져 타지역보다 갈등의 정도가 크다.

60세까지 퇴진시킬 경우, 경북도 본청에선 직급에 따라 희생돼야 할 숫자가 달라져 형평성시비가 일 수밖에 없는 실정. 계장(5급) 이상은 정원 감축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1명 정도만희생되면 된다. 그러나 6급 이하 일반직원은 1백70여명이나 쫓겨 나야 하고, 기능직은 별도로 약 1백명 가까운 희생을 또 내야 한다는 것.

또 정원이 감축되더라도 계장 이상 간부 중 상당수는 38년생 퇴진으로 오히려 승진하거나영전하게 돼 있는 반면, 6급 이하는 아예 승진 길이 막히게 된다. 5급 이상의 새 자리가 생기지 않음으로써 6급의 승진이 막히고, 뒤따라 7.8급의 승진도 봉쇄될 수밖에 없다.공무원 정원 감축은 앞으로 2년간 각각 10%씩 계속될 예정이어서, 이럴 경우 6급 이하 공무원은 3년간 승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많은 동료를 퇴출시키는 희생까지 감수해야 하는것이다.

결론적으로 "간부는 살아 남고 영전까지 하는데, 평직원은 상당수가 퇴출되고도 남은 사람은 승진조차 못하게 된다"는 것.

이러한 문제의 유일한 돌파구는 '경북 지역도 최소한 39년생까지는 퇴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라북도는 38년생이 21명(이하 도본청 과장급 이상)이나 되는데도 39년생(13명)을 퇴출시켰고, 전남도 38년생 13명 외에 39년생 20명을 물러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충남 역시 16명의 38년생 외에도 6명밖에 안되는 39년생을 희생시켰다. 충북도 38년생 숫자가 경북과 같은 12명인데도 39년생(12명)을 내 보냈다.

각 시군은 도 본청이 몇년생까지 퇴출시키느냐에 따라 그대로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이번 문제를 두고 시군들은 도 본청의 정책결정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경북도의 경우 직원들의 불평이 이제 내놓고 할 정도로 높아졌다. 또 대부분은 벌써부터 이의근 도지사에게 원망을 돌리는 모습도 보인다. 먼젓번 선거에서 활약을 많이 한 39년생 측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냐, 일부 너무 밀착된 사람들 사정만 생각하느라 더 많은 일반 직원들의 희생은 생각않는다는 등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행정자치부가 지방정부 지원(교부세.양여금.보조금) 정도를 결정하겠다고 나서, 잘못하면 도 재정까지 타격을 받게되면 도지사에겐 또다른 원성이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간부들의 퇴진에 대해 동정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젊은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것이 국민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고려한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란여론이 넘쳐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도의회에 조직개편안을 제출, 22일쯤 확정되면 곧바로 퇴출자를 선정하고 나머지 인력으로 인사를 할 계획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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