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동.식물의 진화 빙하기때 가장 활발"

입력 1998-09-03 14:01:00

46억년이라는 기나긴 지구의 역사 속에서 현재 지구상에 있는 동물과 식물은 어떤 과정을거쳐 만들어졌을까. 인간은 또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지질학이나 생물학에서는 근원적인 질문에 속하는 이러한 의문은 끊임없이 연구돼왔다.

지난주 발간된 '사이언스'지에서 하버드대 폴 호프만 교수는 "모든 생명체를 얼려버린 빙하기가 없었다면 동물과 고등식물은 존재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그의 학설은 단번에 학자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빙하기에 대한 호프만 교수의 고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천만~4천만년전에 시작된 빙하기가 아니라 적어도 7억5천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백m 두께의 얼음덩어리가 바다를 뒤덮고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진 대륙은 생명체 하나 없는 건조한 불모의 땅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야말로 진화의 역사에 있어 가장 활발할활동을 보인 때이며 식물과 동물, 궁극적으로 인간도 이 시기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7억5천만년전부터 5억7천만년전 빙하기가 끝나는 시기까지 지구가 적어도 네번의 빙하기를 거쳤으며 각각의 빙하기는 수백만년동안 지속됐다고 한다.

빙하기동안 바다는 얼어붙고 지표면은 얼음으로 덮였다. 반짝이는 얼음들로 인해 태양복사열은 우주공간으로 반사돼 지구는 점점 더 혹독한 추위속에 빠져들었다. 이같은 빙하기는화산에서 분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충만함에 따라 결국 끝을 맞는다.

현재보다 3백50배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농축됨으로써 '초온실효과(SuperGreenhouse Effect)'를 낳게 된다. 이산화탄소는 지표에서 반사되는 태양열을 흡수해 기온을상승시키고 그 결과 얼어붙은 바다가 녹으며 빙하기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

호프만교수는 대륙이 떨어져나가는 중에도 이같은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몇차례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동식물의 진화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곤충이나 달팽이 등은빙하기동안 해저에 있는 유기물을 갉아먹었으며 이들중 일부는 빙하기가 끝난 뒤 다시 살아남아 진화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형태의 생명체가 수십억년간 지구상에 번성했다가 단 한차례의 빙하기가 지난 뒤 갑작스레 고등생물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지금까지의 학설은 이상하며 현재 발견되는 두터운 유기물의 퇴적층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그는 지적한다.

지구의 역사로 볼 때 새로운 종은 반드시 혹독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의해 종전의 지배종이사라지고 난뒤 등장했다는 것. 인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도 6천5백만년전 지구가거대한 혜성과 충돌하면서 빚어진 급격한 환경변화 탓에 공룡들이 멸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호프만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은 곳곳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차례의 빙하기가 끝날당시 태양의 온도는 지금보다 7%나 뜨거웠으며 새로 나타난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이산화탄소를 재방출, 지구를 따뜻하게 만들었으므로 이전만큼 혹독한 추위가 닥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빙하기가 끝난뒤 지구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체가 한꺼번에 탄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수차례의 빙하기가 있었다면 진화는 훨씬 앞당졌을 것이라며 호프만교수의 주장을 과장으로 치부하는 학자도 적지않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