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 회장 등이 1백억원대의 외화를 밀반출, 중국을 통해 북한 문화재를 밀반입해 판매하다가 검찰에 적발돼 대규모의 조직적인 문화재 밀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북한 문화재 밀반입이 사실로 처음 입증된 셈이지만 가공할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은 거액의 외화를 빼돌려 문화재를 밀반입했을 뿐 아니라 국내 유일의 골동품 감정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의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연루돼 있고, 세관직원이 돈을 받고 문화재 반입을 묵인한 사실도 밝혀져 충격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검찰이 밝힌 이들의 문화재 밀매 행각은 폭력조직을 방불케 하고 있어 그간 간헐적으로 말썽과 물의를 빚어왔던 한국고미술협회가 이제는 '범죄집단화'한 느낌마저 버리지 못하게 한다.
이번 사건에서 밝혀졌지만 김종춘 회장과 김태형 부회장은 밀반입할 도자기와 가격을 결정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총책을 맡았으며, 중국에 직접 가서 지정한 문화재를 구입하는 운반책, 중국에 상주하며 매수할 문화재를 찾는 수집책, 검색없이 통관 조치해주는 통관책, 밀수자금으로 사용할 외화를 조달하는 자금책까지 거느리고 있었다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또한 외화를 직접 들고 가거나 조선족 또는 현지인의 계좌를 이용하는 수법을 썼으며, 한번에 미화 40만 달러를 갖고 출국하다 적발된 사실까지 드러나 한국고미술협회의 공신력을 땅에 떨어뜨렸으며, 문화재 감정을 맡는 이 단체가 굳이 존속해야 할 명분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
그간 한국고미술협회는 문화재 밀반입, 엉터리 감정 등으로 공신력이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않았으며, 구속된 김태형 부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분청사기상감경태5년명묘지'를 일본에 밀반출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문화재는 '고려사'를 개찬한 이선제(李先齊)의 묘지(墓誌)로서 15세기 묘지 및 분청사기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기도 해 김씨의 문화재 밀매행각을 짐작케 하기도 한다.
북한 문화재의 밀반입은 북한내 문화재의 무분별한 발굴로 우리 문화유산의 훼손을 가져오게 할 뿐 아니라 경제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외화를 빼돌림으로써 외화난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도 엄중 처벌해야 마땅하며, 한국고미술협회의 존립문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검찰은 밀반입된 문화재들이 대부분 11~13세기 진품 고려청자로 보수된 것이 많으며, 7억3천만원에 팔린 '청자매병유괴' 등 고가품이 포함된 것으로 밝혔지만 우리의 문화재는 그것이 남한에 있든 북한에 있든 그대로 잘 보전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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